2010년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한 김봉진은 스마트폰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배민)'을 출시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수거한 전단지로 배달대행 음식점 네트워크를 만들어 키운 배민이 이젠 4조8천억원짜리 배달앱 최강자로 성장했다. 배달앱(요기요·배달통) 운영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민을 인수하겠다며 평가한 기업가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연말, 요기요와 배달통 매각을 조건으로 DH의 배민 인수합병을 승인했다. 천문학적인 현금과 경영 참여를 보장받은 김봉진은 우아하게 성공신화의 정상을 지르밟았다.
창업자의 유니콘 '배민'. 하지만 음식자영업자와 배달노동자에겐 상전 중의 상전이다. 연초 눈 쌓인 도로 위에서 배달 라이더들은 오토바이 곡예를 벌였다. 비판 여론이 폭주하자 놀란 배달앱들은 일방적으로 배달을 셧다운 시켰다. 그러자 이번엔 코로나19 이후 배달에 목을 맨 많은 음식점들이 하루 장사를 접어야 했다. 배달앱에 종속된 배달 노동자와 음식자영업자의 구차한 현실이 폭설로 여지없이 드러났다.
배달앱에서 음식점들이 벌이는 경쟁은 살벌하다. 배달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은 필수고, 고객들이 지불해야 할 배달비를 떠안기도 한다. 비용이 늘어난 만큼 매출을 늘리기 위해 배달앱 광고에 목을 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고객 평점은 저승사자다. 악질 고객의 별 1개에 매출이 곤두박질친다. 음식에서 맛과 정서는 사라졌다. 시간 엄수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배달 노동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 자산이라곤 온라인 네트워크뿐인 배달앱만 비정규 노동과 영세 자본 위에서 환하게 웃는다. 배달앱은 인공지능이 인간과 자본을 지배하는 미래를 보여준다.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지난해 12월1일 오산, 화성, 파주시에서 시범서비스를 실시한 '배달특급'은 수수료 1%에 광고비도 없다. 지역 화폐 할인혜택도 있다. 자영업자와 소비자 상생 배달 플랫폼이다. 덧붙여 고객 갑질의 온상인 고객 평점 제도는 없었으면 한다.
경기도는 배달특급 서비스를 올 3월까지 수원 등 6개 시·군으로, 연말엔 27개 시·군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다. 배달특급이 성공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공식 SOC사업으로 확대되길 바란다. 도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어야 한다. 민간 배달앱 영업 구조는 너무 비정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