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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와 강원도 철원군 경계의 철풍훈련장에서 주한미군의 MLRS 다련장 로켓이 다락대 훈련장 피탄지로 발사되고 있다. 2021.1.31 /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포천·강원도 철원 경계 '철풍훈련장'
유네스코 세계유산 위로 포탄 사격
군장비로 도로 파손·분진 발생도

작년 영평사격장 도비탄 '화재 사고'
1900일 넘게 '1인 시위'… 대책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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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포천시는 여전히 포화 속에 휩싸여 있다. 주민들은 주한미군과 국군의 밤낮 없는 사격 훈련에 삶을 잠식당했다. 머리 위로 포탄이 날아다니는 공포 속에서 70년 세월이 흘렀다.

경인일보는 지난 2015년 기획보도 '끝나지 않은 전쟁'에 이어 '평화롭게 살 권리, 끝나지 않은 포성'을 통해 담 하나,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군 사격장과 함께 살아온 지역민들의 삶을 재조명한다. → 편집자 주

'폭음에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포천시와 강원도 철원군 경계인 담터계곡을 따라 늘어선 철풍훈련장에 적힌 경고 안내 문구다.

지난 30일 찾은 철풍훈련장. 이곳에서 MLRS(다연장 로켓 시스템) 사격 훈련을 마친 주한미군 부대 장비가 철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훈련장은 6사단 신병교육대를 지나 비포장도로를 따라 펜션과 캠핑장 11곳, 민가 1곳과 인접해있다. 훈련장은 1번부터 4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 캠핑장과 3번 훈련장은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군은 지난 28~29일 MLRS 실사격 훈련을 했다. MLRS는 축구장 3배 크기의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첨단 무기다. '강철비'(Steel Rain)라고도 불린다.

이곳 주민들은 포사격 훈련을 '골짜기를 들었다 놓는 난리'라고 표현한다. 산천초목이 바들바들 떤다고도 한다. 사람뿐 아니라 자연도 강력한 무기 앞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주변 야영장 운영자들도 훈련이 불편하다. 사격 훈련을 하는 동안 민간인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육중한 군 장비가 남기는 도로 파손과 분진도 문제다.

철풍훈련장과 인접한 야영장 사장 김모씨는 "군에서 훈련을 하고 가면 도로가 다 뒤집어진다"며 "고객들을 위해 중장비를 불러 도로를 정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민가와 가까운 곳에서의 실사격 훈련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군은 이 훈련장에서 담터계곡을 더 거슬러 올라가 20분 거리의 장소에 진지를 임시로 옮겨 실사격을 했다.

발사된 포탄은 창수면 운산리 다락대 피탄지에 떨어진다. 다락대 피탄지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한탄강과 인접해 있고, 불과 50m 떨어진 곳엔 힐링장이 있다.

민간인이 근처에 머무르는 곳에서 쏘아 올린 포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지나 힐링장 근처에 떨어지는 셈이다. 포천시에는 주한미군 최대 규모의 훈련장인 영평사격장뿐 아니라 곳곳에 실사격 훈련장이 있다. 개인화기 사격장을 포함하면 50곳이 넘는다.

영평사격장 인근에선 유탄과 도비탄에 의한 화재도 번번이 발생했다. 최근 사고는 지난해 12월4일이다. 미 210포병여단 사격훈련 이후 불무산(664m) 탄착점 너머 횟가마골로 도비탄이 튀면서 불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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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포천시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훈련장) C-1 게이트 앞에서 영북면의 한 이장이 사격장 폐쇄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2021.1.22 /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국가안보라는 명분으로 수십년간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했던 주민들은 지난 2015년부터 1천900일 넘게 영평사격장 C-1 게이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명숙 포천시 사격장 군관련시설 범시민대책위원장은 "사격장 주변에서 주민들이 70년 가까이 살았다"며 "사격장 폐쇄 계획이 없다면 이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훈·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