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페스·섹테로 본 '디지털 성범죄 교육'·(1)]'해서는 안 돼요' 권유 뿐인 자료

범죄유형 나열하고 설명만…'뒷북만 치는' 표준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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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2021.1.14 /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젠더온' 게재
음란소설·음성 딥페이크 설명 안해
유사한 행위, 범죄로 인식 못할 수도
성인지 감수성 향상 등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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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채팅앱을 이용하거나 1인 미디어 방송 보는 사람? 답변이 곤란하면 노란색을, 질문에 YES면 초록을, NO면 빨간색 카드를 들어보세요."

신호등 토론 시간. 중학교 학생들에게 설명에 앞서 각자의 '간접 경험'을 토론하는 자리를 만든다.



이어 학생들에게 '불법촬영해 사이버공간·SNS 등에 유포·협박·전시하는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 디지털 성범죄의 정의라고 언급하고, 곧바로 '지인 능욕', '디지털 그루밍'에 대한 대표 피해 사례 소개와 이 같은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교육이 이어진다.

끝으로 '온라인상에서 개인정보 공개하지 않기', '이유 없이 게임아이템 등 대가를 준다면 경계하기', '메신저 연락제안은 무시하고, 부모님께 알리기' 등과 같은 예방법을 배우고 교육은 끝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의 양성평등 및 폭력예방 지식플랫폼인 '젠더온'에 올라온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 표준교안'의 일부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등 연령별로 세 카테고리로 나눠 제작된 이 표준교안은 활동지와 교수학습안내서 등 교사 매뉴얼도 함께 소개돼 있다.

이 표준교안은 여성가족부와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함께 만들었다. 제목만 봐서는 모든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를 망라한 상세한 표준교육안이 담겨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다.

각 표준교안마다 PPT 슬라이드 수는 13장 남짓, 내용도 범죄유형만 나열해두고 '나쁜 짓은 해서는 안 돼요'식의 권유에 그친다.

이 때문에 디지털성범죄교육 강사 등 전문가들은 표준교안이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포괄하지 못해 '뒷북치기'만 한다고 꼬집는다.

실제 표준교안은 최근 문제가 된 '알페스·섹테' 등 그릇된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음란소설·음성 딥페이크의 디지털 음란물은 설명하지 않는다.

음성을 합성해 특정 동성 아이돌 간 성행위 음성처럼 만든 섹테는 정보통신망법·성폭력처벌법 등 현행법 위반소지가 큰 범죄행위로 해석되지만 아직 뚜렷한 처벌규정이 없어서다.

양평원의 표준교안으로만 교육받은 학생들은 자칫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범죄'인지 인지하지 못한다.

'성인지 감수성'을 배우지 못한 청소년들이 '음성'이나 '실존인물'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를 범죄가 아닌, '팬 문화'쯤으로 여기게 되면 새롭게 유사한 형태의 행위를 해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주요 유포 창구인 트위터나 폐쇄형 포털 카페 등을 건전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치지도 않는다. 알페스·섹테와 같은 디지털 음란물은 이 같은 SNS와 카페를 통해 주로 유통됐다.

양평원 측은 표준교안에 대해 지난 2018년 학교 교육 현장에서 '카톡(카카오톡) 성희롱', '지인 능욕'과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성가족부와 함께 제작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결국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이를 막기 위해 '따라가기 식' 교육만 이뤄질 뿐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는 등의 근본적인 예방교육은 요원한 상황이다.

양평원과 여가부는 점점 다양해지는 디지털 성범죄를 교육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전했다.

양평원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 교육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여러 부서 간 협력해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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