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제한 등 재산권 침해 주장
해제 땐 타지역 유사 요구 가능성
불발돼도 갈등 불가피… '시험대'
인천시가 지난해 3월 지정한 문화재 연수구 동춘동 '영일 정씨' 집안 묘역을 둘러싼 인근 아파트 3천가구 주민의 재산권 침해 주장과 문화재 보존 목소리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첨예한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인천시 문화재 행정이 시험대에 올랐다.
인천시는 25일 문화재위원회 회의를 열고 '영일 정씨 판결사공파·승지공파 동춘묘역'(인천시 기념물 제68호) 문화재 지정 해제 청원 관련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시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주민들의 지정 해제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재산권 행사 문제로 갈등을 빚는 다른 지역의 문화재 인근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빗발칠 수 있는 선례를 남길 우려가 있다. 동춘동 영일 정씨 묘역의 문화재 지정을 유지한다면 주민들 반발이 거세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천시가 지정한 문화재는 묘역의 분묘 17기와 무덤 앞 석물 66점이다. 묘역 주변 2만737㎡는 문화재 구역이다.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경계로부터 500m는 보존지역으로 설정돼 건축 등 각종 행위를 제한한다.
갈등의 핵심은 보존지역 설정이다. 묘역 인근에는 준공 25년 이상인 아파트 단지에 3천여가구가 있는데, 주민들은 문화재가 주택재건축 등 각종 개발 행위에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관할 기초자치단체인 연수구는 주민들의 해제 목소리를 받아들여 인천시에 전달했다.
인천시의회는 아파트 주민 3천800여명이 낸 청원을 채택해 동의한다면서도 "문화재위원회 의견도 존중돼야 한다"며 '인천시장이 처리함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청원'으로 판단했다. 어느 기관도 갈등 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인천시로 공을 넘겼다.
아파트 주민들은 문화재 지정 해제 사유로 일부 분묘가 1990년대에 불법으로 이장됐다는 주장, 최근 제작된 석물까지 문화재로 지정됐다는 주장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인천시 문화재위원회가 주민들 주장을 다시 검증하기 위해 현장 실사 등을 추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영일 정씨 판결사공·승지공파 종중은 현재 도굴 위험이 크고, 장기적으로 묘역이 개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후대까지 보존하고자 문화재 지정을 추진했다. 주민들의 재산권이 제한받지 않는 선에서 보존지역을 축소하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문화재위원회가 주민들 주장을 검토해 판단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한 차례 회의를 통해 지정 유지 또는 해제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