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소아암 치료 아이들에 전달
사장도 감동 받고 머리기르기 시작
한 개인의 선한 지향 강력한 힘 지녀
어려움 극복 새로운 희망 꿈꾸게 해
봄소식 속에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전국적으로 등교 수업이 확대되었고, 휴관에 들어갔던 공공도서관들도 방역수칙을 지키며 문을 열기 시작했다. 분명 예전과 같은 봄은 아니지만 힘을 내어 보고, 희망하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 시간이다.
언 땅을 녹이는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주변을 돌아보고 돌보며 우리 모두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따뜻한 소식들을 전해 듣게 된다. 선한 지향으로 마음을 나누며 결식아동들을 보듬어주는 식당에서 시작된 나비의 날갯짓은 우리 사회 전역에 봄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결식아동들에게 지급되는 급식카드로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한끼 식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기 시작한 한 파스타 집에서 시작된 '선한영향력가게'는 최근 전국적으로 1천여개의 가게들에서 동참하고 있다. 작은 용기가 큰 날갯짓으로 전국에 봄꽃처럼 따뜻한 꽃을 피우고 있다.
그 외에도 누군가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미담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한 치킨집 앞에서 5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들고 서성이던 형제에게 치킨을 무료로 제공한 이야기, 마트를 운영하시는 분이 판매된 물건으로 어느 가장의 극단적인 선택을 예상해 미연에 자살을 방지한 일 등의 따뜻한 이야기들이 온라인상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돈쭐 내주자'라며 선한 행동을 한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는 운동이 함께 일어나고 있다. 선한 행동들이 마중물이 되었다. 이렇게 뭔가 특별한 움직임들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우리들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는 것 같다.
여기 자기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그림책이 있다. '뭔가 특별한 아저씨(진수경 글·그림, 천개의바람)', 그림책 속 다정 아저씨는 평범한 일상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행동을 보여준다. 다정 아저씨는 평범한 키에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옷을 입고 평범한 신발을 신고 회사에 다닌다. 그에게 딱 한 가지 특별한 점은 머리카락이 길다는 사실이다. 날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긴 머리카락을 깨끗이 감고, 정성껏 말린다. 머리카락이 길어서 불편하기도 하고,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긴 머리카락이 회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회사 사장님께 불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다정 아저씨는 머리카락을 계속 길렀고 허리 밑까지 자랐을 때 그는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 어디론가 보냈다. 그 머리카락은 백혈병 소아암으로 힘든 치료를 받는 아이들에게 전해졌다. 이 사실을 안 사장님은 감동을 받았고 자신도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다. 드디어 사장님도 세 번의 겨울이 지나 세 번째 봄을 맞으며 머리카락을 자를 때가 되었다. 긴 머리를 한 사장님은 행복했다. 사장님을 바라보는 다정 아저씨도 뿌듯했다.
한 개인의 선한 지향은 아주 미미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채근담에 수적천석(水滴穿石)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물방울이 큰 바위를 뚫듯이 서로에게 보내는 선한 마음이 모여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한다.
도서관 뜰에 매화가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꽃을 피우려고 꽃망울을 맺었다. 매화의 꽃말은 인내와 맑은 마음이라고 한다. 매화가 꽃망울을 팡팡 터트리듯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팡팡 펼쳐지면 좋겠다.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