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관련 부서 근무 과천공직자
부인 명의 토지 매입… 12억 차익

'주민숙원 공개 사실' 주장 불구
法 "국민신뢰 훼손" 징역 1년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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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의 광명 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지역의 토지 거래가 정부 부동산 대책 발표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시흥시 과림동 일대 모습. 2021.3.4 /연합뉴스

광명·시흥 수도권 3기 신도시에서 터진 땅 투기 의혹 사건은 어떤 처벌이 가능할까. 법원 판례를 살펴보니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활용한 공직자의 땅 투기는 20년 전에도 있었다.

법원은 업무상 비밀을 폭넓게 해석해 도로 개설 정보를 미리 알고 맹지를 산 뒤 10억원대의 차익을 본 공무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16일 경인일보가 입수한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과천시 공무원 A씨는 2001년 2월부터 도로 관련 부서에 근무하면서 과천시가 갈현동 주민 민원에 따른 대책으로 도로 노선 계획안을 확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도로개설 예정지와 거의 인접한 대지 139㎡와 농지 1천504㎡를 4억5천만원에 부인 명의로 매입해 단독주택 신축 허가를 받았다. 농지에 대해선 직접 농사를 지을 생각이 없으면서도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해 과천시 민원봉사과에 제출하면서 토지거래계약 허가를 신청했다.

A씨는 당시 이 농업경영계획서 재배예정 작목란에 '무, 배추, 야채류' 등을 기재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농지를 매입하며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판박이다.

이후 A씨는 이 토지들을 16억5천만원에 되팔아 12억원의 차익을 봤다. A씨는 도로개설계획은 주민숙원사업이라 공개된 사실로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이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부패방지법상 '비밀'을 반드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됐거나 비밀로 분류·명시된 사항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도로개설계획과 노선에 대해서도 공무소 입장에서 보면 부지 매수를 위한 협의 또는 보상 등 과정에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야 하는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A씨의 부패방지법 위반, 국토이용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매매차익 12억원에 대한 추징을 명령했다.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월로 형량을 감형하면서 매매차익에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예정공고에 따른 지가변동액 4억6천100여만원을 뺀 7억3천800여만원으로 추징금 액수를 조정했고,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재판부는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한 이 사건 범행은 청렴한 공직사회의 건설을 통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는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시정돼야 할 중대한 비리"라고 판시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