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지면
SK하이닉스는 2019년 2월 용인 원삼면 일원 442만㎡를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부지로 발표했다. 열흘 뒤 경인일보는 2년 전부터 클러스터 부지 경계가 선명한 도면이 유출돼 투기세력 참고서가 됐다고 보도했다. /경인일보DB

재직기간 투자 업무 전반 조사
준공후 편의점 운영허가 마쳐
가족회사 질문에 "관계가 없다"

면장 퇴직후 대책위원장 활동
피수용민 생계·보상 관련 민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원삼면 조성이 공식화되기 전 인근 부지를 매입한 전·현직 공무원들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무상 얻은 비밀을 이용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부지와 인접한 토지를 가족이 대표로 있는 회사 명의로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경기도 공무원 A씨는 본인이 유치를 주도했던 다른 사업과도 관련 의혹이 불거졌다.

또 마찬가지로 인접부지를 매입한 전직 용인시 원삼면장은 퇴직 후 사업부지를 수용당하는 주민들의 대표격을 맡아 보상 등 예민한 문제의 협의를 주도,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접 부지 매입한 A씨, 또 다른 사업과도 관련 의혹

23일 A씨를 고발한 경기도가 그가 재직 기간 담당했던 투자 유치 업무 전반을 조사키로 한 가운데, 그를 둘러싼 의혹은 일파만파로 커질 전망이다. A씨 가족이 대표로 있는 회사 호연산업주식회사는 그가 유치 업무를 맡았던 수원 도이치오토월드 내에 지점을 둔 것으로 파악됐다.

호연산업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본 결과 2019년 호연산업은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도이치오토월드에 수원지점을 설치했다. 도이치오토월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복합단지다. 지난 2016년 착공해 지난해 준공됐다.

A씨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도청에서 기업 투자 유치 업무를 담당했다. 수원 도이치오토월드 사업도 A씨의 손을 거친 사업이다. 착공 당시 도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담당자로 A씨가 명시돼 있다.

23일 호연산업 수원지점으로 등록된 도이치오토월드 내 사무실에는 편의점이 들어서 있었다. 해당 편의점은 A씨의 형제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월 도이치오토월드가 준공한 직후 그해 4월 편의점이 운영 허가를 마쳤다. 호연산업 역시 편의점 사업과 담배판매업 등을 취급 업종으로 등록한 상태다. 해당 편의점의 대표는 두 명인데, 모두 A씨의 형제와 같은 이름이다. 두 대표는 지하 1층에 있는 이 편의점 외에 지상 1층에도 다른 편의점 개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A씨의 손을 거쳐 탄생한 공간에 준공도 되기 전 그의 가족이 대표로 있는 회사가 지점을 내고, 이곳에 A씨의 형제로 추정되는 이들이 편의점을 운영 중인 것이다.

해당 편의점 대표에게 호연산업과의 연관성을 물었지만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후 추가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 통화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A씨에게도 도이치오토월드 내에 위치한 호연산업 수원지점과 해당 편의점에 대해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전직 원삼면장, 지금은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연합 대책위원장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부지와 인접한 맹지 매입과 관련된 전직 원삼면장이 현재 용인시반도체클러스터연합대책위원회(이하 연합대책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점은 향후 논란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사실상 보상 등 예민한 문제를 협의하는 피수용민 대책위원회의 대표자 격이기 때문이다.

23일 경인일보 취재 결과 용인시 7급 공무원 B씨와 전 원삼면장 C씨의 아들이 지난 2019년 2월11일 원삼면 반도체클러스터 사업부지 인근 독성리 임야(1만2천907㎡)를 2분의1씩 지분공유 형태로 매입했다.

당초 이 땅은 1971년 등기가 된 뒤 한 차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다가 B씨와 C씨의 아들이 각각 1억7천500만원씩 총 3억5천만원에 지역에서 이장을 오랫동안 맡았던 본래 땅 주인으로부터 사들였다. 3.3㎡(1평)당 가격은 약 9만원이다.

이들이 해당 토지를 매입한 시점은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부지로 원삼면이 확정된 뒤 2019년 3월29일 주민공람공고가 진행되기 한 달여 전이었다.

특히 C씨는 원삼면장을 끝으로 지난 2018년 12월 정년퇴직해 현재 연합비상대책위 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고 원삼면에 농산물을 세척하고 포장하는 농산물 전처리 물류센터 등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가 들어온 이후의 생계와 보상 관련 피수용민들을 대표해 시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기정·이원근·손성배·남국성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