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대표·아내 감사 '디씨티개발'
포천 '고모리에' 호반산업컨 참여
등기상 주소지, 이번도 다른 회사
警 주거지 압색, 휴대전화 등 입수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가족 회사로 본인이 투자유치를 담당했던 사업 관련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경기도 공무원 A씨(3월25일자 1면 보도=[전 경기도 공무원 '투기 의혹']반도체 단지 땅 사들인 가족회사 '실체' 없었다)가 퇴직 이후 또 다른 유령회사를 차려 도내 산업단지 개발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1월 포천시는 섬유·가구산업과 디자인, 한류 문화를 융·복합한 '고모리에 산업단지'를 (주)호반산업 컨소시엄과 함께 조성키로 협약했다. 976억원을 투입해 25만4천898㎡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컨소시엄에는 교보증권(주), (주)삼원산업개발, (주)디씨티개발이 포함됐다. 이 중 디씨티개발은 A씨가 대표로 있는 업체다.
A씨는 지난해 12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A씨의 아내는 감사로 등재돼 있다. 등기부등본상 디씨티개발의 본점 소재지인 용인시 상현동의 한 건물 1012호를 방문했지만 디씨티개발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해당 사무실에는 다른 회사가 입점해 있었는데, 이 업체 관계자는 "디씨티개발과 상관없는 회사"라고 일축했다. A씨가 감사, 사내이사로 각각 등재돼 있는 호연산업주식회사와 주식회사 펫밀과 마찬가지로 디씨티개발 역시 '유령회사'로 보인다.
고모리에 산단은 포천시뿐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힘을 썼던 사업이다. A씨가 근무했던 부서에서 업무를 직접 담당하지는 않았지만 기업 유치 측면에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군다나 컨소시엄에 참여한 또 다른 업체인 삼원산업개발은 A씨가 감사로 등재돼 있었다.
두 업체의 사업 지분은 30%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고모리에 산단 조성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A씨가 관여 중인 두 업체에도 상당한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호반산업 측은 이에 대해 지난해 4월 디씨티개발이 고모리에 산단 개발 관련 제안을 먼저 해와 컨소시엄에 함께 하게 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은 당초 고모리에 산단을 조성키로 했던 (주)한샘개발이 사업 포기를 선언한 시기이기도 하다. 한샘개발이 포천시에 더 이상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의견을 보낸 시기에, 디씨티개발이 재빠르게 호반산업에 이를 제안한 것이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 특별수사대는 2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수사관 6명을 파견해 A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예정부지 인접 토지를 매입한 A씨의 가족회사 호연산업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고려했지만 유령회사로 밝혀지면서 A씨 자택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을 벌였다.
/강기정·이원근·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