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리뷰]세상을 향한 유쾌한 반격…백남준아트센터 전시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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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아트센터가 내년 2월 2일까지 전시하는 백남준전 '웃어' 포스터.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백남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플럭서스'는 1950년대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 만들어진 예술 네트워크이다.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제도와 규범, 통념에서 벗어난 보다 자유로운 예술을 보여주는 것.

백남준 아트센터가 내년 2월 2일까지 전시하는 《웃어》는 조롱, 모순, 파괴 등을 담은 유머러스한 전달방식으로 기존 고급예술의 견고한 틀을 깨고자 하는 '플럭서스'의 활동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유머와 재치로 표현한 예술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일상 속에서의 예술은 무엇인가'란 생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9개의 이야기와 극장, 상점으로 이뤄진 전시장 곳곳은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웃음으로 표현되는 그들의 메시지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전시는 플럭서스의 후원자 장피에르 빌헬름에 대한 것으로 시작한다. "걷는다, 뛴다, 행인들을 바라본다, 생각에 잠긴다, 웃는다"는 백남준이 가장 평범한 일상의 행동을 통해 장피에르를 추모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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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프레드 레베 〈장피에르 빌헬름에 대한 경의〉, 뒤셀도르프(1978).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플럭서스의 전설들로 불리는 존 케이지, 조지 머추너스, 샬럿 무어먼의 전시에서는 사회 문제에 도전하는 혁명적인 예술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연습곡>(1960)은 백남준과 존 케이지가 마리 바우어마이스터의 쾰른 스튜디오에서 한 공연 모습이 담겼다. 이때 박남준은 쇼팽의 음악을 연주하다 이내 멈추고 케이지의 넥타이를 가위로 자른다. 또 그와 데이비드 튜더의 머리 위로 샴푸를 뿌리는 등 과격한 퍼포먼스를 했는데, 케이지의 음악적 관점에 백남준의 유머가 더해진 작품이었다.

플럭서스의 주창자이자 대표작가인 조지 머추너스가 작고했을 때 요셉 보이스와 백남준이 한 추모공연을 회고하며 제작한 <조지 머추너스를 추모하며>(1982)란 작품은 나뭇가지들로 만든 작은 피아노 모양과 펠트 쐐기, 보이스와 백남준의 듀엣 공연 LP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LP 표지는 머추너스가 고릴라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진으로 플럭서스의 연합체와 같은 작품이다.

고스기 다케히사의 <사우스 2번 (백남준에게)>(1964)는 백남준의 이름자 중 하나인 '남(南)'을 영어 '사우스'로 표현해 만든 헌정곡이다. 15분간 '사우스'란 발음을 최대한 늘려서 표현하는데 지루함의 미학을 관통하는 새로운 예술적 의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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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브레히트 〈이름 키트〉 (1965).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나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음 짓게 하는 '어쩌다 예술'은 게임, 키트, 우편, 신문, 책 등 다양한 형태의 플럭서스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많이 만날 수 있는 단어는 '스코어'인데 일종의 지시문이다. 음악으로 치면 '작곡'과 비슷한데 보는 사람마다 여러 가지로 해석하고 또 다양한 방식으로 실행할 수 있다. 돋보기를 들고 작가들의 스코어를 확인하는 과정이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이 밖에도 <최초의 휴대용 TV>(1975), <컬러의자, 흑백의자>(1984), <귀거래>(1992) 등 일상성을 구현한 백남준의 작품들도 전시됐다.

전시회 초입에서 마주할 수 있는 플럭서스의 특징은 이렇다. '기존 경계의 해체, 자유로운 연대, 사회적 금기에의 도전, 사회정치적 개입, 고급예술에 대한 반격.'

가볍게 보면 한없이 가볍고, 깊게 파고들면 한없이 깊어지는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플럭서스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그때도 지금도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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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바리시 <현악 연주자를 위한 26분 1.1499초> (1980).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백남준아트센터는 이번 전시를 위해 리투아니아 요나스 메카스 비주얼아트센터, 리투아니아 대사관·문화원 등과 2년간의 협의를 거친 끝에 대규모 플럭서스 컬렉션을 선보였다.

8월 말에는 작품을 일부 교체할 예정으로 더 많은 플럭서스 작품과 아카이브를 감상할 수 있다.

아울러 전시회 입구에 한 줄로 늘어서 있는 이름 카드가 누구인지 전시장 안에서 확인해보는 재미도 함께 챙겨보시길.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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