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검증 안한 비문 시정 요구
"4월 아닌 5월… 역사적 오류도"
"동지회 등 빠지고 센터 이름만"
인천 강화중학교에 세워진 4·19 혁명기념비를 향한 지역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 기념비는 3·15 부정선거와 비리 공직자를 규탄하며 4·19 혁명 대열에 동참했던 강화지역 학생들을 기리기 위해 인천민주화운동센터(이하 센터)가 건립했다. 하지만 당시 학생 신분으로 시위를 이끌었던 이들은 센터가 충분한 검증 없이 동문과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비문을 작성했다며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
12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센터는 인천시 예산을 받아 4·19 혁명 60주년이던 지난해 12월 말 강화중 교정에 4·19 혁명기념비를 세우고 후문에는 현판을 달았다.
기념비와 현판에는 1960년 4월 강화중 등지에서 이승만 독재정권의 3·15 부정선거, 지역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시민에게 알린 지역사회의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글이 담겼다.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소속된 강화4·19동지회는 1960년 5월12일 강화고 3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강화여상과 강화여중, 강화중 등 4개 학교 학생 1천여명이 교문을 나서 강화경찰서, 군청, 조양방직, 강화만세장터 등을 돌며 "3·15 부정선거 규탄한다"와 "비리 공직자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회상한다. 강화고 학생회 간부(3학년)로 시위를 이끈 한상운 강화4·19동지회장은 "그날은 장이 섰던 날로 4월이 아닌 5월"이라며 "역사적 사실에서부터 오류를 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지회는 강화지역 4·19 혁명의 역사를 되새기는 것이라면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당시 시위를 주도한 강화고에 기념비가 세워졌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물며 강화중 기념비에 정작 주역인 동문회와 강화4·19동지회는 빠진 채 인천민주화운동센터 이름만 버젓이 적어놓은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상운 회장은 "교육적 측면에서 이승만 독재정권이란 정치적 표현도 적절치 않다. 왜 여기에 기념비가 설치됐는지 충분한 설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오경종 인천민주화운동센터장은 강화중에 기념비를 세운 이유에 대해 "가장 어린 학생들이 사회 문제에 동참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지금까지 그 자리에 남아있는 학교가 강화중과 강화여고(과거 여상)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기념비 문구에 대해선 "표석에 많은 내용을 담기 어렵다. 지난해 한상운 회장에게서 직접 들은 당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기념비에 동문회와 동지회의 이름이 빠진 데 대해선 "수정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이승만 독재정권' 문구 삭제 요구는 수용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종호·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