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청소년생명지킴이단' 사업 운영
꾸준한 심리부검·생명사랑의료기관 지정도
용인시 '노인문제 집중관리 필요성' 분석
'청춘사진관 기획' 유연한 접근방식 택해
지자체의 자살예방사업은 이처럼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수원시는 지역특화사업으로 '청소년생명지킴이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 게이트키퍼를 양성해 또래 간 안전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배경에는 청소년 인구 자살률 증가 문제가 있다. 수원시의 19세 이하 청소년 자살 사망자 수는 지난 5년(2014~2018)간 연평균 4.7명이었다가 2019년 9명으로 급증했다.
수원시는 지난 5년간 자살 사망자들의 '심리부검' 사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심리부검은 사망자의 과거 행적을 추적해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을 밝히는 과정이다. 다년간 쌓인 자료는 지역에 필요한 자살예방사업을 만들어낸다.
수원시자살예방센터가 심리부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살 위기를 경험한 사람들 다수가 사망 한 달 전쯤 몸이 아파 병원에 방문한 경험이 있다는 특징을 보였다. 정신과적 증상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이는 '생명사랑의료기관'이라는 사업으로 이어졌다. 수원시는 현재 성형외과, 내과, 치과 등 39개 병원을 생명사랑의료기관으로 지정했다. 해당 병원에 방문한 환자가 혹여 자살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경우 이 병원의 의사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을 안내한다.
백민정 수원시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지역사회는 자살을 고민하는 분들을 건져낼 수 있는 그물망이라고 생각한다. 위험군이 걸러지지 않으면 치료시설이 있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자살예방센터는 이 그물망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이 역할에 동참할수록 그물망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지역별 특성은 특화로 풀어간다
정부는 현재 국가적 차원의 자살예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가중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시행된다. 사업의 기획은 정부가 했지만, 실행에 옮기는 건 지자체와 지역사회다. 같은 내용의 사업이더라도, 지역마다 사정에 맞게 추진 방식 등 세부내용이 달라지는 이유다.
특히 정부는 각 지역의 자살예방사업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을 '지역특화사업'으로 추진하게끔 했다. 해당 지역에서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발굴해 추진하라는 취지다. 정부가 제시한 과제들이 모든 지역의 사정을 전부 포괄할 수 없고, 무엇보다 지자체와 지역사회만큼 해당 지역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용인시의 사례를 보자. 도농복합도시인 용인시는 지역과 연령대별로 자살률 편차가 크다. 용인시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지역 자살사망자 동향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의 자살사망 특징에서 70대와 80세 이상의 자살률이 위험지표로 분석됨. 용인시의 경우 C구의 80세 이상 자살자 수가 전년 대비 100% 증감률을 보이며, 실제 (C구에 속한) D동이 용인시 33개 읍·면·동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파악되어 집중관리가 필요.'(2021년 용인시 자살예방시행계획)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노인 자살률 문제가 심각한 용인시는 올해 지역특화사업으로 '찾아가는 청춘사진관'을 기획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여느 노인 대상 자살예방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사진'이라는 소재를 접목했다는 점이다. 지역적 특성에 아이디어를 가미한 결과물이다.
여기에는 용인시의 고민이 배어 있다. 자살과 관련한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여전히 불편할 수 있는 주제다. 아무리 교육 내용이 좋더라도,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고 참여하지 않으면 사업의 의미 자체가 사라진다.
용인시자살예방센터는 사진을 매개로 보다 유연한 접근 방식을 꾀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들이 주인공인 사진을 찍고, 연말에는 사진전을 연다.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하는 동시에 노인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연희 용인시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노년기 사람들이 사진을 통해 인생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고, '청춘사진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센터 정보를 제공하고, 고위험군이 발굴되면 센터에 연계해 사례관리도 가능하다. 연간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중앙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http://www.spckorea.or.kr/)와 경기도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https://www.mentalhealth.or.kr/)에서 거주지 인근 자살예방센터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