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획구역 200m 불과 곳곳 관측
일대 산골전체 출현지역 가능성
대책위 "제척을" 개발차질 전망
"2019년 환경부 배제하라 말해"
취소판결 '성남 서현' 거울 삼아
3기 신도시 과천과천공공주택지구 내 무네미골 주민들이 법정보호종인 도롱뇽 서식처가 파괴될 위기에 놓였다며 제척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개발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경인일보가 무네미토지주대책위원회와 함께 사유지 소유자의 협조를 얻어 도롱뇽 서식 현장을 확인했다. 최고기온이 25℃까지 오른 지난 11일 오후 3시께 과천시 과천동 419번지 일대 산속은 도로변보다 3~4℃는 낮게 느껴졌다.
'무네미골 강제수용 결사반대' 플래카드가 나붙은 과천시 중앙로(왕복 8차로)와는 직선으로 불과 700여m 떨어져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무네미길을 따라 올라가면 산새가 끊임없이 지저귀고, 오른편에는 토지주들이 부지런히 손을 놀려 기름진 흙에서 농작물을 기르고 있다.
도롱뇽은 무네미길 끝을 막아선 검은 색 철문 뒤에서 발견했다. 어느 건설사 소유의 이 땅은 작은 골짜기와 닿아 있는데, 물이 흐르지 않는 골짜기의 웅덩이마다 도롱뇽 알 주머니가 돌돌 감겨 있다.
웅덩이에는 이미 부화해 겉아가미가 자란 유생도 있었다. 어떤 알주머니들은 물 빠진 웅덩이 위에서 가까스로 수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기자를 도롱뇽에 안내하던 무네미토지주대책위원회 일행들은 적당한 두께의 나뭇가지로 그 알 주머니를 들어 올려 윗웅덩이로 자리를 옮겨줬다. 그렇게 도롱뇽을 관찰한 웅덩이만 5개였다.
사택 관리자는 사유지 경계에 설치한 닭장 근처 웅덩이에서 지난 3월께 발견한 게 올해 첫 관찰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견한 도롱뇽 서식지는 과천과천공공주택지구 바로 위쪽이다. 계획 구역과의 거리는 200여m 떨어져 있다.
지난 10일 사유지 옆을 탐색할 때 만난 지역주민은 "어린이집 선생들이 도롱뇽 알을 담고 있더라"는 목격담도 전해 사실상 일대 산골짜기 전체가 도롱뇽 출현지로 의심된다.
주민들만 이곳의 생태가 건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2019년 10월15일 지구지정 전,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전문가들은 도롱뇽의 존재를 확인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도롱뇽 현지조사에서 계획지구 외부 북측 산림 계곡부에서 난괴(알주머니)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다만 "계획지구(과천지구)는 인간의 인위적 간섭이 이뤄지는 지역이라 본 종이 계획지구를 이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또 이 보고서는 "계획지구는 대부분 생태·자연도를 3등급으로 나눴을 때 대부분 3등급(체계적 개발 및 이용)이나 북측과 남측 일부에 2등급(자연환경의 보전 및 개발 이용에 따른 훼손의 최소화) 권역이 포함된다"고 했는데, 보고서에 포함된 '계획지구 일대의 생태·자연도 현황' 그림으로 보면 무네미골은 2등급 산림과 맞닿아 있다. 바로 이날 도롱뇽을 확인한 산림이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는 지구지정 당시 국토부와 의견이 달랐다는 게 무네미토지주대책위원회의 전언이다. 장현철 위원장은 "2019년 지구지정 전, 환경부가 무네미골을 녹지로 하거나 공공주택지구에서 배제하라고 했으나 국토부에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었다.
결국 '주민들과 합의하여'(대상지를 결정하라)는 조건을 얻었다"며 "무네미골 환경의 '보존할 만한 가치'는 이미 인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환경을 들어 '무네미골 8만9천400여㎡ 계획지구 제척'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최근 전문기관에 무네미골 환경평가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는 맹꽁이 서식지 파괴를 우려한 성남 서현공공주택지구지정 취소 판결 사례를 거울삼아 환경을 방패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무네미골과 서현지구 건은 유사점이 많다"며 "환경도, 지형도 개발에 적합하지 않은 데다 주민들의 반대도 계속되는데 정치적 부담을 안고 일을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과천/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