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경기도·인천지역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기사를 클릭했다면 조금은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보통의 사람들이 오랜 기간 일군 귀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소상공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백년가게란? - 중소벤처기업부가 100년 이상 존속을 돕고자 지정한 30년 이상 업력(국민 추천은 20년 이상)의 소상공인 및 소·중소기업.


치킨의 계절인 여름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지독한 더위를 물리칠 '치맥',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치킨집들은 벌써부터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을 겁니다.

누군가는 불경하다고 꾸짖을 수 있겠네요. '치느님'은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존재라면서 말이죠. 맞는 말입니다. 여름 대신 봄, 가을, 겨울을 대입해도 딱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애정의 이유는 만들기 나름이니까요. 확실한 건 한국 사람들의 '치킨 사랑'은 진심이라는 것이죠.

우스갯소리를 해보자면 한국에는 치느님을 섬기는 무수히 많은 종파(브랜드)가 있습니다. 각 종파는 차별화된 교리(맛)로 신도(손님)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죠. 이 경쟁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곳은 교촌, bhc, BBQ입니다. 소위 빅3로 불리는 전국구 브랜드죠.

의왕시 삼동에는 '부곡통닭'이 있습니다. 이 근방에만 20곳 넘는 치킨집이 있다고 하는 데요. 유명 치킨 브랜드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수십 년간 영업하고 있는, 말 그대로 이 동네에 뿌리내린 '지역구' 치킨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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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곡통닭 2대 대표 황대성(43)씨.2021.5.11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통닭 가문 황가네

황대성(43)씨는 부곡통닭의 2대 대표입니다. 7년 전쯤 부모님 밑에서 처음 일을 배우기 시작해 가게를 도맡아 운영한 지는 4년 정도 됐습니다. 대성씨는 치킨집 이외에도 다양한 요식업 경력을 가지고 있는 데요. 이모님이 운영하는 강원도의 만둣가게에서 기술을 배운 경험이 있고, 프랜차이즈 포차를 직접 운영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에어컨 관련 일을 오래 했어요. 제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 요식업이라 만두 기술도 배워보고, 캠핑포차라는 프랜차이즈 가게를 운영해 본 적도 있고요. 부모님께서 치킨집을 오래 하다 보니까 골병이 들어 많이 힘들어 하셨거든요. 제가 이어받아서 하지 않으면 치킨집을 그만두게 되는 상황이었는데, 부모님이 평생 바친 가게가 사라진다는 게 너무 아까웠던 거죠."

그의 부모님은 1970년대 부곡역(현 의왕시 삼동) 인근에 통닭집을 열었습니다. 당시 수원에서 통닭집을 하던 큰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하는 데요. 작은아버지까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통닭집을 차렸었다고 하니, 오랜 역사를 간직한 '통닭 가문'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듯합니다. 대성씨 역시 학창시절부터 치킨과 얽힌 추억들이 많습니다. 배달 가는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탔던 어렸을 적 기억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그입니다.

"저는 부모님이 닭집을 해서 되게 좋았죠.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에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같이 닭을 먹은 기억도 있고요. 아무래도 부모님이 장사를 하다 보니까 운동회 날에는 학교에 오기 힘들었거든요. 저를 친구 부모님께 부탁하시고, 운동회가 끝날 무렵에는 손수 튀긴 치킨을 두 손 가득 들고 오셨던 기억도 나네요."

부곡통닭은 한 동네에서만 40년 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인 안산과 평택, 수원, 군포 등지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하네요.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은 허허벌판이었던 동네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타지로 떠난 주민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워낙 오랜 기간 장사를 했으니 단골이 많아요. 참 신기한 건 아직까지 처음 오는 손님들도 많다는 거예요. 큰 동네가 아니다 보니까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는데, 입소문만 듣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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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곡통닭 후라이드 치킨. 단단하고 바삭한 튀김 옷과 은은한 카레향에 담백한 고기 맛이 인상적이다. 2021.5.11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치킨

부곡통닭은 생닭을 받아 쓰고 있습니다. 보통 가게들은 염지된 닭을 사용하는데, 기본 밑간과 양념 배합, 파우더 제조 등 전 과정을 기성품을 쓰지 않고 직접 한다고 합니다. 닭도 여전히 가마솥을 이용해 튀깁니다. 부모님이 하던 전통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기존 치킨들과 차별화된 맛을 내기 위한 연구도 계속됩니다.

"와서 드시는 분들 중에 가끔 처음 먹어본 맛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요즘 치킨들이 염지 닭을 사용해서 기본적인 맛은 비슷하거든요. 또, 요즘 치킨에는 화학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 자극적이다 보니까 오히려 옛날 방식에 새로움을 느끼는 부분도 있는 거 같아요."

부곡통닭은 배달앱에서 찾을 수 없는 가게입니다. 직접 전화를 하거나 매장을 방문해야만 주문 할 수 있는 것이죠. 배달앱 평점 관리를 위해 각종 서비스를 내놓는 다른 가게들과 비교하면 부곡통닭은 외딴섬과 같은 존재입니다. 이는 대성씨의 신념과 연관 있습니다.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욕심도 분명 있지만, 사람들이 한 번에 몰리면 제가 만들고자 하는 맛의 퀄리티를 유지할 수 없겠더라고요. 이렇게 되면 일회성 손님은 받을 수 있지만, 단골로 가져갈 수는 없는 거죠. 지금도 알음알음 손님들이 오고 있는데, 홍보를 많이 해봐야 감당 못 할 걸 알고 있어요. 손님들이 돈 내고 사 먹는 건데, 질 떨어지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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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부곡통닭 앞 어머니와 대성씨(사진 좌측), 부곡통닭 앞 대성씨와 아들. 2021.5.11 /대성씨 제공

그의 목표는 최근 백년가게로 선정된 부곡통닭을 실제로도 100년 동안 이어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100년이란 역사는 되게 소중한 거거든요. 살 수도, 만들 수도 없는 거죠. 일본에는 이런 가게가 많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어요. 제가 빛을 보지 못하더라도, 자식 대 빛을 볼 수 있도록 레시피나 만드는 방법 등을 좀 더 체계화하려고 해요."

"한번 떠난 손님은 10년 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그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들었던 많은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입니다. 부곡통닭은 자신의 4살 난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치킨이라며 웃는 그의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집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부곡통닭 주소: 의왕시 부곡시장길 17 (삼동) 1층. 영업시간: 오후 3시~ 자정까지(매주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031)461-8451. 메뉴: 가마솥 옛날 통닭 1만4천원, 1975 후라이드 1만5천원, 간장치킨 1만6천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