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불명' 화성 2살 입양아… "'지속적 학대' 가능성 크다"

입양한 2세 여아를 폭행 학대한 피의자 양부 A씨가 11일 오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나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수원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1.5.11 /김금보기자 [e-mail]

병원 "뇌출혈 시간지체 치료 난항"
시기 다른듯한 멍자국 주장 힘보태
또래 비해 발육 부진 '방치' 추측도

양부에게 학대를 당해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2살 아동을 두고 의료계에선 '지속적' 학대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입증된 '5일간 학대'와는 상반된 주장이어서 향후 조사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경인일보 취재 결과 의료진들은 양부가 2살 아동 A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했다고 보고 있다. 멍 자국·몸무게 등 A양의 진료 과정에서 발견된 의료 소견을 분석하면 오랜 기간 학대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A양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가천대학교 길병원 측은 "출혈 제거 수술 후 두개골을 열어 부종 등 부기를 뺐는데 병원을 찾은 당일 이미 출혈 후 시간이 많이 지체돼서인지 진료가 쉽지 않았다"며 "현재도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A양의 건강 상태를 설명했다.

A양은 지난 8일 화성의 한 병원에서 길병원으로 이송된 당일 뇌출혈 부위를 막는 응급 수술을 받았다. 강한 외력에 의해 머리를 수차례 부딪쳤을 때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데, 두개골 안쪽 공간이 한정된데 반해 뇌의 부기가 빠지지 않으면서 자리를 차지, 뇌 기능을 잃게 된 것이다.

병원에 이송된 당시 A양의 신체에서 발견된 멍 자국은 지속적 학대에 힘을 실었다.

A양은 길병원으로 이송됐을 당시 엉덩이, 가슴, 허벅지 안쪽 등 몸 곳곳에 이미 사라져 가는 멍 자국이 발견됐는데, 충격이 가해진 시기가 다른 듯 보였다는 것이다. 영유아의 경우 멍 자국이 없어지기까지는 최소 2주, 길게는 한 달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배기수 아주대학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멍은 피하 출혈로 발생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시기에 아동을 때렸다면 멍 색깔과 흔적이 없어지는 시기 등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래에 비해 현저히 부실한 A양의 발육 상태 등도 문제가 됐다. 33개월인 A양은 현재 체중이 약 11㎏이다. A양은 입양 이후 10개월 동안 몸무게가 전혀 늘지 않았던 것인데 더구나 11㎏은 12개월 영유아 표준 몸무게 수준이다. 33개월 영유아 표준 몸무게(15㎏)보다도 4㎏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다.

한 종합병원 소아과 전문의는 "영유아는 영양 상태가 곧 성장의 발판이어서, 몸무게가 중요한 기준 중 하나"라면서 "학계에서 정한 표준 몸무게에는 되도록 근접해야 하는데 입양 후 1년 가까이 몸무게가 그대로였으니 당연히 영양 상태가 심각했고 아동을 방치했다는 점까지 추측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 조사 결과 양부는 지난 4~8일 동안 A양을 손과 주먹, 구둣주걱 등으로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부는 경찰 조사에서 "5월4일과 6일에도 집에서 아이를 때렸고 한 번 때릴 때 4∼5대 정도 때렸다"고 학대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

/이시은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