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임산부 보호 위반
사비들여 물품구매 관행 '진정서'
연장근무 수당도 제대로 지급안해

 

→1면서 계속([경인 WIDE-경기도 지자체 예술단 노동실태·(下)] 고장난 악기처럼… '쉽게 버려지는' 예술단원들


■'임금체불, 법인화 갈등'…바람 잘 날 없는 예술단

지난해 7월 파주시립예술단 뮤지컬단 소속 일부 단원들은 파주시 감사과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뮤지컬단의 비민주적인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은 직장 내 괴롭힘과 임산부에 대한 모성보호 위반, 사비로 공연에 필요한 물품을 사는 관행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이들이 낸 진정서에 따르면 한 단원은 임신 초기 위험한 안무를 소화하다 하혈을 하는가 하면, 임신 9개월 차에도 몸에 딱 붙는 의상을 입고 공연에 참여했다. 또한, 이들은 단원이 무대 의상을 직접 구매하고, 추후 현금으로 돌려받는 식의 물품 구매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3개월간의 파주시 감사 결과, 모성보호 위반 부분과 관련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됐다. 시 감사과는 물품 구매 과정뿐만 아니라 복무관리, 인사, 평정 등 예술단 운영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감독 부서에 주의를 주고 개선을 권고하는 행정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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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파주시립예술단 기자회견. 기사내용과는 관련없음. /연합뉴스

또 올해 초 파주시는 단원들의 연장근무 등에 대한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중부고용노동청 고양지청 측으로부터 시정 지시를 받기도 했다.

파주시립예술단 뮤지컬단 한 단원은 "예술단이 비민주적이고,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공연 스태프가 없어 연기자들이 세트나 소품 등을 직접 만들어 관리하는데 공연 중에 천장에 달려 있던 판자가 갑자기 떨어져 사람이 다칠 뻔한 사고도 몇 번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그동안 예술단이 잘못 관리되었던 점이 있다. 올해 초부터 문제로 지적된 기존 운영 방식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원들과 논의없이 재단설립 마찰
'연봉 1800만원' 임금 생활 버거워
"문화복지에 초점 맞춰 운영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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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부천시립예술단 노동조합은 경기도청 앞에서 부천문화예술회관 법인 설립신고 불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경인일보DB

부천시립예술단은 최근 '재단 법인화'와 관련한 갈등을 겪었다. 요지는 이렇다. 부천시는 오는 2023년 개관을 목표로 클래식 특화공연장인 부천아트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공간을 전문적으로 운영할 재단법인도 올 하반기께 출범할 예정이다.

부천시립예술단 노동조합 측은 예술단 운영도 새로 설립되는 재단법인이 맡게 될 거라고 판단했다. 지자체가 직접 예술단을 운영하다 법인화된 앞선 사례들이 있고, 부천시 안팎에서 법인화와 관련한 이야기가 흘러나온 게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예술단 운영 주체가 바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고용, 처우 등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단원들과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이 갈등 확산의 주요 원인이었다.

부천시 측은 "부천시의 생각은 문화예술회관만의 법인화였다"며 "현재 예술단 법인화와 관련해 검토하는 바가 없고,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자체 예술단은 문화 복지 차원으로 접근해야."

지난해 3월 경기도 지자체 예술단 노조를 아우르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기문화예술지부'가 출범했다. 예술단 운영과 관련한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던 시기다. 현재 지부에는 14개 예술단 소속 단원 90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예술인인 이들이 노조라는 이름 아래 모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성남시립예술단 소속인 김희중 초대 지부장은 '열악한 처우'를 꼽았다. →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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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지부장은 "임금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 지자체 예술단 연봉은 1천800만원 정도다. 누군가는 레슨을 해서 돈을 벌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실제 레슨을 하는 단원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래서 개별 연습을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 지금은 협업하는 시간 3~5시간 정도만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것만 가지고 시간당 임금이 높다고 접근하면 앞으로도 단원들은 저임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정제도와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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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아트센터에서 만난 김희중 지부장은 "지자체 예술단은 문화 복지에 초점을 맞춰 운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김 지부장은 "평가 당일 컨디션이 안 좋을 수 있는데, 평소에 아무리 열심히 근무해도 그 3분을 통해 임금이 몇 백만원 왔다 갔다 하거나 심지어는 해고될 수도 있다"며 "단원들은 공연이 아닌 오디션을 위한 연습을 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공연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자체 예술단이 존재하는 이유를 새삼 되새겼다. 정작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단이 설 무대가 점점 작아지고 있음을 느껴서다.

김 지부장은 "지자체 예술단원과 프리랜서 예술노동자가 하는 일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국공립 예술단체는 시민들의 문화적 접근성을 높여주는 '문화 복지'에 초점을 맞춰 운영돼야 한다"며 "문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더 많은 공연을 하거나, 이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문화사업 강좌를 열 수도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와 각 지자체가 예술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는 "도내 31개 시·군 중에서도 예술단이 없는 곳이 있다.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한 지자체와 교류를 하거나 경기도 차원에서 국공립 예술단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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