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後)] 화성입양아동 학대사건, 풀리지 않은 의혹 4가지

친자녀만 4명, 그렇게 희망하던 입양인데

10개월만에 비극 벌어진진짜 이유에 의문

검찰 공소장에 드러난 학대 '잔혹동화'

검찰, 고의성 인정않는 소극적 법리적용 논란
입양_양부_압송_가로.jpeg
입양한 2세 여아를 폭행 학대한 피의자 양부 A씨가 수원남부경찰서에서 나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수원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1.5.11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지난달 8일 화성에서 일어난 입양아동 학대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여만에 조금씩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고 있다.

2018년 8월생인 아이는 고작 만 2세, 생후 33개월. 입양 전 생활하던 아동보육시설에서 아이는 건강했고 무엇보다 잘 웃었다. 낯선 자원봉사자들도 잘 따랐고 시설의 언니 오빠들과도 잘 지내는, 사랑받는 아이였다.

그랬기에 그룹홈을 운영했던 사회복지사 출신의 부모를 만나 아이는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입양된 지 10개월만에 아이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고, 친절한 줄 알았던 양부모는 아동학대중상해죄, 방임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검찰이 정인이사건과 같이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아 살인미수가 적용되지 않으면서 사건은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꼬였다.



이번주 '취재 후'는 화성입양아동학대사건 속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을 이야기한다.

■친자녀만 4명, 사회복지사 출신 양부모는 왜 입양했을까

화성입양아동 학대사건의 피해아동을 입양된 양부모는 이미 친자녀만 4명이 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등 아직 나이가 어린 자녀들이다.

올해 1분기 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88명을 기록했다. '초저출산' 시대, 자녀 4명은 매우 많은 축에 속한다. 그런데 굳이 1명을 더 입양한 이유에 수사를 맡은 경찰과 검찰은 물론 이 사건을 접한 대부분 사람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

입양과 유사한 위탁가정은 아예 보건복지부 지침으로 자녀 수를 제한하다. 이번 사건의 양부모가 위탁가정을 신청했다면 자격조건에서 이미 탈락이다. 그만큼 자녀가 많으면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그렇게 되면 위탁받은 아이에 집중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입양은 법적으로 자녀 수의 제한은 없지만 통상 자녀가 많다면 입양허가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이들의 입양을 두고 '자녀가 많아 입양도 어려운데, 굳이 입양을 왜 했느냐'는 의문이 커진다. 그만큼 흔치 않은 사례라는 의미다.

실제 양부모도 처음엔 입양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양모는 입양절차 중 하나인 양친가정조사 면담에서 "넷째를 낳고 더 늦어지기 전에 계획했던 입양을 준비했으나 4명의 자녀들이 있는데 왜 입양을 하려는지에 대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한때 포기하려는 마음을 갖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자, 아동보호시설을 통해 입양을 결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양모가 처음부터 '입양'을 전제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는 증언이 경인일보 취재 결과 나왔다. 

취재진이 만난 아동보호시설 관계자는 "양모가 그룹홈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면서 입양을 결심했는데, 이미 친자녀가 4명이나 되는데다 소득이나 재산도 많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어떻게 입양을 해야 하나)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근데 우리 원에서 입양한 다른 아동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원에 찾아왔다고 말했었고 처음부터 입양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입양_양부_인터뷰_세로.jpeg
입양한 2세 여아를 폭행 학대한 피의자 양부 A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수원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1.5.11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다자녀 청약 가점을 향한 의심

그래서 가장 의심을 많이 받는 것이 바로 '청약'이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지역 맘카페 등에서는 "다자녀 청약으로 5명이면 최고점수인데, 그래서 입양한 게 아니냐" 등의 글과 댓글이 속속 올라왔다. 양부모가 다니던 교회 교인들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비슷한 의혹을 던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인은 "소식을 듣고 (주변에) '청약을 위한 입양'이 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자녀 청약 가점 제도에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청약통장 만점은 84점이다. 이중 무주택 기간 만점이 32점, 부양가족 만점이 35점, 통장 가입기간 만점이 17점이다. 무주택기간은 1년에 2점씩, 통장점수도 1년에 1점씩 늘지만, 자녀는 1명당 5점씩 오른다.

양부모 가정의 친자녀는 총 4명이다. 1명을 더 입양하면 부양가족 기준이 35점으로 만점이 된다.

양부모의 거주지는 화성시의 한 10년 공공임대주택이다. 청약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양부모의 재당첨 제한 기간은 만료됐다. 이 아파트 청약 당첨 결과 발표일은 지난 2017년 8월 24일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54조(재당첨 제한)에 따라 과밀억제권역 외 지역에서 85㎡ 이하 주택에 당첨된 경우 3년간 재당첨이 제한되는데, A씨 부부가 B양을 입양했던 무렵인 2020년 8월 말 재당첨 제한에서 풀린 것으로 계산된다.

공공임대주택 청약에 당첨된 A씨 부부는 청약통장 1개와 무주택기간이 사라지지만, 다자녀 가점·거주기간 가점 등 받을 수 있는 세부 가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얼마든지 청약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가능성을 낮게 봤다. 경찰 관계자는 "10년 거주 후 분양 전환되는 방식의 아파트라서 사실상 재청약을 목표로 입양했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검찰 공소장에서도 관련 사실은 모두 배제됐다.

그럼에도 그토록 원했던 입양이었는데, 단 10개월 만에 돌이킬 수 없는 비극에 이르렀다는 점은 '입양에 또 다른 목적이 있었느냐'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공소장에 드러난 양부모의 실체

사회복지사 출신인 양부모는 4명의 친자녀를 '홈스쿨'로 교육할 만큼 양육에 자신감을 표한 베테랑 부모다. 실제 입양에 쓰인 '양친가정조사'보고서에도 이 같은 자신들의 이력을 거듭 강조했다. 누구보다 학대 아동에 관한 이해와 공감이 높았고, 4명이나 길러 본 경험이 있는 그들이 끔찍한 아동학대의 주범이 된 것에 대해 사건을 접한 모든 이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양부모의 학대행위는 과연 아이에게 애정이 있었을까 싶을 만큼 잔인하다. 양부가 사건 당일 아이를 때린 상황에 대한 진술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사건 당일인 지난달 8일, 거실에 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올라가서 논다는 이유로 아이의 발을 확 잡아끌고 안방으로 끌고 간 후 손바닥으로 아이의 뺨을 때렸다. 공소장에 표현된 폭행의 정도는 아이가 '날아갈' 정도로 4차례를 떄렸는데, 넘어졌다 일어나면 다시 또 뺨을 때리기를 반복한 것이다.

또 학대는 지속적이었다. 지난 4월 중순부터 계속됐는데, '말 안 듣는다'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40~50cm 길이의 등긁개, 구두주걱으로 손바닥과 발바닥을 때리는 것으로 시작해 '물건을 만지다 부쉈는데 사과를 안했다' '저녁 식사 후 싱크대에 빈 그릇을 가져다 두라고 했는데 하지 않았다' '잠투정을 하며 운다' '씻길때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엉덩이와 허벅지, 심지어 뺨을 때렸다.

가장 황당한 것은 아이가 쓰러진 이후에도 얼굴에 심하게 든 멍을 들킬까봐 7시간이나 병원을 데려가지 않고 방치한 것이다.

검찰은 사건 당일 정황을 통해 아이가 의식을 잃었을 때 즉시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이유로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쓰러진 후 아동은 외갓집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구토를 했다. 뇌출혈이 있을 경우 구토 증상에 따라오는데 양부모는 이 사실을 외면한 셈이다. 또 자는 아이는 이동할 때 몸의 뒤척임이 있지만, 뇌출혈로 의식이 없는 아이는 '축 처지는 증세'로 자는 아이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전문의들의 판단도 반영됐다.실제 구토를 한 후 축 처진 아이를 양모가 안고 외갓집에 걸어가는 장면이 찍히기도 했다.

입양_양부_압송_가로2.jpeg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는 입양아 폭행 학대한 피의자 양부 A씨에게 기자들이 질문하고 있다. 2021.5.11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잔혹한 학대지만 고의성은 불인정… 왜?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김원호)는 양부모를 아동복지법·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양부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중상해) 혐의 등을, 양모에겐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고의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는 아동학대중상해 혐의로 양부를 기소했다. 고의성을 인정했다면 '살인미수'를 적용했어야 한다.

검찰이 밝힌 이유는 '뺨'을 때려 뇌출혈을 일으켰음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2살 아이가 양부에게 수차례 뺨을 맞은 직후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졌고, 의식을 잃은 줄 알면서도 7시간을 방치해 사건 발생 한 달 째 혼수상태에 놓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쉽사리 수긍되지 않는다는 게 여론의 반응이다.

이는 불과 몇개월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정인이 사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시 검찰은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고 '아동학대치사죄'로 양모를 기소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고 살인죄로 죄명을 변경한 바 있다.

법조계 등 아동학대 전문가들도 "통상적으로 뺨을 때린 행위는 중상해를 적용하는 게 맞다. 살인미수는 머리나 복부(장기) 등 치명적인 곳을 때려야 적용되는데, 이 경우 피해자가 2살밖에 안 된 매우 어린 아이이고 뺨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굉장히 강한 힘으로 때려 몸이 날아갈 정도였기 때문에 얼굴이 곧 머리를 때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살인미수를 적용하는 것이 과한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검찰이 추가한 의료적 방임 혐의도 고의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장은 "아이가 7시간이나 낮잠을 잔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보통의 부모라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며 "경찰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전문가 소견을 충분히 받아들였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원근·김동필·이시은기자 phiil@kyeongin.com



경인일보 포토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김동필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