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투병 끝에 지난 7일 저녁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A대표팀의 일원으로만 124경기에 출전한 한국 축구의 레전드이자 스타 플레이어였다.
1994년 건국대 졸업 후 울산 현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유 전 감독은 그해 A매치에도 데뷔했다. 183㎝의 키에 강인한 체력, 득점력과 수비 능력까지 두루 갖춘 그는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맹활약했다.
유 전 감독은 프로 첫해 수비수로, 1998시즌엔 리그 득점왕(15골)까지 차지하며 미드필더로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2002 시즌엔 공격수로 베스트 11에 들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와 조별리그 3차전 동점골, 2002 한일 월드컵 폴란드와 조별리그 첫 경기 추가골 등 팬들의 기억에 남는 골들을 성공시켰다.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끈 뒤 대회 올스타 미드필더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 J리그에서도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2003년과 2004년 리그 2연패에 힘을 보탠 그는 2005년 친정팀인 울산으로 돌아온 뒤 이듬해 은퇴했다.
2009년 춘천기계공고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11년 대전 시티즌(현 대전 하나시티즌)에서 프로 사령탑으로 데뷔해 2년 동안 팀을 이끌었다. 2014년부터 울산대 감독, 2018년 전남 드래곤즈 감독을 지냈다.
인천과의 인연은 2019년 5월 감독에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유 전 감독은 팀을 이끌던 그해 10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투병 속에서도 벤치를 지키며 팀의 리그 잔류를 이끈 그는 이듬해 1월 구단에 폐를 끼치기 싫다며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인천은 유 전 감독을 명예 감독으로 선임하며 예우했다. 이후 투병 중에도 선수들의 훈련 장소와 경기장을 찾아 애정 어린 조언을 한 그는 방송에도 출연하며 건강을 회복하는 듯했으나, 끝내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편 한국 축구대표팀은 9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5차전 스리랑카와 경기에서 유 전 감독을 추모한다. 경기 전 전광판에 헌정 영상을 내보내고 묵념을 진행하며, 출전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각각 검정 밴드와 리본을 달 예정이다.
또 서포터스는 유 전 감독의 선수 시절 백넘버인 '6번'을 기려 전반 6분까지 응원을 하지 않는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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