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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저명한 심리학자였던 융이 그의 스승인 프로이드와 사상적으로 결별하게 되었던 이유는 무의식에 관한 관점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인간의 깊은 내면의식에 대해 성적억압의 관점에서 바라보던 프로이드와는 달리 융은 잠재된 무한한 의식이라고 여겨 그것의 원형을 상정하였다. 이런 생각은 주역책에 대한 그의 관심과 긴밀히 연관되었다. 그는 주역책에 관심을 갖고 실제 주역책의 서문을 장식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남성 속의 여성성과 여성 속의 남성성이라는 잠재된 의식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상징적 원형은 바로 양과 음이라는 부호이다.

일반적으로 각종 부호나 기호는 일종의 약속이다. 일정한 규칙만 알면 누구든 그 신호나 부호, 기호가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글프로그램에만 들어가 보아도 각종의 문자표가 들어있듯이 일정한 용도에 따른 기호는 그 숫자가 한둘이 아니다. 더구나 각국의 언어까지 고려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호를 익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의 정신과 연관하여 볼 때 기호는 언어와 깊은 연관이 있다.

고대로 갈수록 인류의 언어는 상징체계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또한 일종의 부호이자 기호이다. 상징으로서의 부호는 정신과 언어를 표현해 준다고 할 수 있는데 주역책에서는 고대사회 복희씨가 팔괘라는 부호를 가지고 한 일이 바로 그것이라고 하였다. 신명은 우리의 깊은 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보면 팔괘라는 부호는 고대사회에 일종의 상징어였다고 볼 수 있다. 간단한 부호로서의 언어는 우리의 정신을 단순화시키고 심화시킬 수 있는 기능도 가능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세계의 각종 심신수련단체에서 상징부호를 만다라로 사용하여 정신을 고양시키기도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