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양 기자 국적법 관련 인터뷰1
고려인 3세 허데니스(사진 왼쪽)씨와 화교 한현수(오른쪽)씨가 지난 18일 인천 중구의 한 식당에서 '영주자 국내 출생 자녀 간이국적 취득제도'가 담긴 국적법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1.6.18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5대째 정착민 한현수씨, 설움 토로
유년시절 아픔 물려주고 싶지않아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제외 소외감
"증조부때부터 80년, 마음이 아프다"

2011년 이주한 러시아 허데니스
자녀 모두 새 국적법 적용 안돼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나라'는 대만이 아니라 한국입니다. 대한민국 국적을 얻지 못했을 뿐입니다."

인천에 5대째 정착해 사는 대만 국적의 화교 한현수(41)씨는 "뉴스로 접하는 대만의 소식은 여느 한국 사람처럼 우리 가족에게도 머나먼 다른 나라의 이야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던 온갖 설움을 토로했다.

한씨에게는 초등학생 큰딸과 6살 된 삼둥이가 있다. 자신이 유년 시절부터 겪었던 아픔을 자녀들에게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한씨는 "내 아이들도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아 어린이집 보육료조차 지원받지 못한다. 이런 일을 겪을 때면 소외감 같은 것을 느낀다"고 푸념했다.

한씨는 법무부가 지난 4월 입법 예고한 '국적법' 개정안 내용을 보고 무척 설렜다고 한다. 개정안에는 외국인 영주권자의 국내 출생 자녀가 한결 쉽게 우리나라 국적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영주자 국내 출생 자녀 간이국적취득제도'가 담겼다. 한씨처럼 2대 이상에 걸쳐 국내에서 출생한 이들의 미성년자 자녀가 대상이다.

한씨는 "아이들에게 '우리나라'는 한국이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곳이기 때문에 한국 국적을 가지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영주권자 국내 출생 자녀 간이국적취득제도에는 고려인과 같은 재외동포도 포함된다. 2011년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 3세 허데니스(43·러시아)씨에게도 국적법 개정안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의 중학생 큰딸은 어린 시절 한국에 와서 성장했고, 7살이 된 막내아들은 인천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허씨의 자녀들은 국적법 개정안에 적용받지 못한다.

큰딸은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막내아들은 한국에서 태어날 당시 허씨 부부가 영주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십여년 전부터 모국인 한국을 찾아오기 시작한 고려인 10명 중 9명 이상은 영주권이 없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허씨는 "아내는 올해 영주권 자격을 취득했지만 지금 개정안에서는 막내아들조차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우리 가족뿐 아니라 현재 한국에 정착해있는 고려인 대부분이 해당하는 문제다. 자녀에 대한 국적 취득 신청을 하는 시기에 부모의 영주권이 있으면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방법 등이 보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적법 개정안은 한현수씨와 허데니스씨의 가족처럼 국내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거나 앞으로 살아갈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씨는 "혈통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외국인이 쉽게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증조할아버지가 해방 이전 한국에 와서 내 아이들까지 80년 가까이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처지에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국적법 개정으로 우리 아이들이 한국 국적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