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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제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조건이 편리성이다. 어찌 보면 현대 문명은 이 편리성을 추구한 결과라고 말할 수도 있다.

시골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학교를 등교하는데 걸어서 한 시간은 보통이었다. 그래도 당시에는 그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교통이 발달하면서 점점 편리함에 익숙해져 이제는 그렇게 학교를 다니라면 대부분이 혀를 내두를 것이다.

교통보다 더한 것이 통신이다. 마을에 전화 한 대 있을까 말까 하다가 이제는 스마트폰이 손에서 멀리 있으면 불안하여 일상이 돌아가지 않을 지경이다.

이런 모든 편리성을 대표하는 글자 중에 '주역'에 '거(車)'가 있다. 지금의 KTX나 비행기를 생각하면 되는 글자인데 그 반대되는 글자가 걸어간다는 뜻을 지닌 '도(徒)'이다.

64괘 중 한 괘에 수레를 놔두고 걸어간다는 표현이 들어있다. 집안 차고에 좋은 승용차가 있는데 그걸 놔두고 걸어서 간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차가 없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이 걸어갈 수밖에 없지만 차가 있는데도 놔두고 걸어서 간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공자는 차를 타지 않는 이유로 '의리'를 들고 있다. 의리란 남자의 의리가 아닌 '정의'로 '바른 도리'를 의미한다. 편리성과 마땅한 도리가 서로 충돌하면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편리함의 향유에 너무 빠져있다 보면 정작 추구해야 하는 가치에 대해 소홀하기 쉽다는 말이다. 살면서 가끔은 편리함을 멀리해야 제대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