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인 운영… 확인된 피해자만 5만명, 피해액 2조2천억원
압수수색 이후 추가 수사를 진행해 왔던 경찰은 지난달 28일 브이글로벌 운영진 4명을 체포했다. 이어 지난 1일 수원지방법원은 이들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이 받는 혐의는 사기, 유사수신,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브이글로벌은 약 1년여 동안 5만2천여 명의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았고, 피해액은 2조2천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추가적인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유죄가 인정될 경우 가상화폐 관련 범죄 중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경찰에 따르면 브이글로벌은 지난해 7월 운영을 시작했다.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가상화폐'를 활용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브이캐시'라는 가상화폐를 만들었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코인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에 참여하면 30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1개 계좌의 가격은 600만원으로 계좌를 만들면 1천800만원까지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브이글로벌은 계좌를 만든 회원들에게 '1원당=1브이 캐시'로 600만 브이캐시를 지급했다. 또 '에어드랍 서비스'라는 개념을 도입해 투자자들에게 추가 금액을 제공했다. 에어드랍 서비스는 특정 암호 화폐를 보유한 사람에게 신규 코인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가상화폐가 만들어질 때 이벤트성으로 제공하는 방식이었지만, 브이글로벌은 회원 가입 신청을 아예 에어 드랍 서비스 신청으로 대체했다. 에어드랍 서비스에 책정된 가격은 1개 코인 당 10만원. 거래소에 상장되는 코인은 월 15∼20개로, 초기 신규 회원들은 계좌를 개설하면 150∼2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지인 등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 추가 계좌를 만들 경우 120만원의 소개비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원 등급은 총 8개로 나뉘는데, 등급이 상향될 수록 직급 수당도 붙었다. 이런 방식으로 얻게 되는 이익이 모두 더해져 약속된 1천800만원을 지급 받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 수입이 생기면서 계좌를 늘리기도 했다. 한 명의 회원이 40계좌(2억4천만원)를 만든 경우도 발생했다.
수익은 다단계의 '윗선'에서 대부분 챙겼다. 최하위 등급의 회원은 전체 회원들의 82%에 달한다. 수익 배당을 받은 선례를 보면서 하위 등급의 회원들은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최하위 등급은 원금의 3분의 1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에어드랍 서비스의 경우 재원은 코인을 만든 발행사에서 거래소에 마케팅 비용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비용은 거래소에서 충당했다. 결국 재원은 피해자들이 마련해야 했던 것이다.
'브이캐시'는 이들이 만든 자체 거래소에서만 거래가 가능했다. 상당 기간 '1원=1브이캐시'라는 가격이 유지됐는데, 활발한 매수와 매도가 이뤄지면서 가격이 결정되는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브이캐시가 매도된 만큼을 다시 매수하면서 가격을 유지해왔던 것으로 파악했다. 전체 거래량의 절반을 피의자들이 관여했다.
금융권에서 원화 거래를 막으면서 가격 방어가 어려워지자 2일 현재 브이캐시 가격은 0.044원으로 25분의 1로 가치가 하락했다. 거래소에서는 이더리움을 통한 거래만 가능하다.
브이글로벌은 한 쇼핑몰에서 구매 시 제품 가격의 40%는 신용카드, 20%는 외상 결제가 가능하고 나머지 40%에 대해서는 1원 당 1브이 캐시로 계산이 가능하다고 알려왔다. 실제 일부 투자자들은 이런 식으로 결제도 진행돼 가상화폐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쇼핑몰과 브이 글로벌 측 사이에는 경찰 조사 결과 별도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브이글로벌 측은 쇼핑몰 업체에 브이캐시 결제 분에 대해 월별로 정산 처리를 하겠다고 했지만, 쇼핑몰 측에는 브이캐시에 관한 정보를 숨겨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브이글로벌은 차감된 부분을 결제하려면 현 브이 캐시 가격의 25배를 지급해야 하지만 지급 능력은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체포 영장에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와 피해액만을 명시해 추가 수사가 진행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들은 피해 규모가 최대 6∼7만여명, 피해액은 3조8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중 50대 이상이 60∼70%를 차지했고, 대부분이 브이캐시 이외에는 다른 가상화폐에 투자를 해본 이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운영진 이외에도 상위 등급에 있었던 인원을 포함해 74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고 자금 추적도 진행하고 있다"며 "이들 중에는 국내에서 유명한 다단계 업자들도 포함돼 있다. 수사를 통해 추가적인 신병처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