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7개시 61.6㏊서 발병… 치료제 없어 확인땐 전량 묻어야
비 지속땐 묻힌 나무 드러날까… 다른 농경지 피해줄까 '노심초사'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과수화상병으로 나무를 모두 매몰한 경기도 내 과수농가들이 또 다른 시름에 잠겼다. 과수를 모두 베어낸 자리에 토사가 씻겨 내려가 인근에 피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과수농사를 위해 수십년간 다져온 우수한 토질까지 잃을까 걱정이다.
5일 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용인·남양주·평택·파주·이천·안성·여주 등 도내 7개 시 125농가(61.6㏊)에서 과수화상병이 확인됐다. 사과나 배나무의 잎이나 가지, 꽃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거나 갈색으로 마르는 병인 과수화상병은 현재까지 치료제가 없어 발병 사실이 확인되면 나무를 매몰한다.
장마 소식이 과수화상병 농가들의 걱정을 키우는 이유는 나무를 모두 뽑고 난 과수원에 비가 계속 내리면 토사가 유실돼 땅속에 묻힌 나무들이 다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밀려 내려간 흙들이 다른 농경지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경사로에 과수를 심은 농가들은 위험성이 더 크다.
홍상의 안성원예농협조합장은 "토양이 유실되면 다른 농지에도 추가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나대지가 되지 않도록 작물이나 풀씨를 심기도 하는데 최근에 방제가 된 농가의 경우 시간적 여유가 없어 조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 예보에 과수화상병이 발생하지 않은 도내 농가들도 긴장하기는 매한가지다.
고온이라고 하더라도 비가 없는 아주 건조한 상태에서는 발병이 늦춰지는 경향이 있지만 습도가 올라가면 과수화상병이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현재 100수 이상의 농가는 과수화상병이 6수 이상 발생할 경우, 100수 미만의 농가는 5% 이상 발생할 경우 전체를 폐원해야 한다.
홍 조합장은 "지난해보다 올해 과수화상병이 일찍 많이 발생했다. 이제는 토착화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사과와 배 산업을 살리고자 방제를 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과수 산업 기반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6월 말까지 62농가(24.5㏊)가 발병한데 비해 지난달 말까지 125농가(61.7㏊)에서 확인됐다.
이런 우려에 대해 도내 시·군과 경기도에서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나선 상황이다. 안성시의 경우 3년 이내 매몰지 농가의 토지주에게 지역 배수로 정비, 경사지 토사 유실 관리 등을 담은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땅에 묻은 과수화상병 균은 완전히 없어지는데 최소 3년은 걸려 최근 3년 이내 매몰지를 모두 관리해야 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도 도내 시·군들과 매몰지 사후 관리 집중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장마가 길어질 것 같아서 지난달 말부터 매몰지를 시·군별로 매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