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들의 '취재 수첩'-우리 생각은요] 유명무실한 선행학습 금지법

사교육에 대한 제재 거의 없어
학원 선행교육반 등 홍보 만연


구리여고 최수빈
구리여고 최수빈
코로나19 사태로 사교육비가 폭등하면서 학생들 간의 교육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이는 학생의 현 학년 교육과정에 맞지 않는 과도한 선행학습이 일조했는데, 선행학습을 하는 연령대는 점점 낮아져 최근에는 영유아까지 선행학습을 하는 모습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과도한 선행학습을 막기 위해 선행학습의 규제 특별법을 시행하고 있다. 2014년 3월11일 국회는 '공교육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선행학습 금지법)을 제정했다.



이 법안은 교육기관에서의 선행교육을 규제해 학생들의 과도한 입시 경쟁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해 시행됐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학교는 국가교육과정 및 시·도 교육과정으로 정해진 내용으로 학생들의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하며, 교육과정에 앞서는 내용을 교육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된다. 방과 후 학교도 마찬가지다. 각 학교의 교장은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감시하고, 학생과 교원에게 주기적으로 선행학습 예방교육을 해야 한다.

아울러 학원과 교습소 등의 사교육 기관이나 개인 과외 교사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등을 못하도록 했다.

선행학습 금지법은 공교육에서의 선행학습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방과 후 학교를 선행학습 수단으로 이용하던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눈길을 돌리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관련법 위반 시 실질적인 법적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사교육에 대한 제재를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당장 멀지 않은 학원가에만 가도 방학 동안 특정 과목을 선행 학습해 끝낸다는 문구와 각종 선행교육반에 대한 홍보가 이곳저곳에 만연하다.

학생들에게 선행학습 금지법에 대한 의견을 묻자, 선행학습 예방교육을 처음 듣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경기도에 사는 손모(18) 학생은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선행학습 예방교육이라는 단어 자체를 들어보는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더욱이 사교육 분야에서는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구리시 관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조모(18) 학생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를 규제하는) 법이 있는지 상상조차 못 했다"며 "법을 만들어만 두고 아무런 규제도 하지 않으니 모두가 법을 어기고 광고한다"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이모(18) 학생도 "법을 만든 것은 좋은데, 공교육과 사교육 현장의 교육자들이 규정에 관해 관심을 가질 생각이 없어 보인다"면서 "정부가 법을 개정하거나 아니면 교육자들에게 직접 교육하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교육을 받는 당사자인 학생들도 존재 여부를 몰랐던 법률이 과연 실질적인 도움을 가져올 수 있을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구리여고 최수빈

※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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