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탈출 농장 가보니] 생명을 상품처럼… 죽을날만 기다리는 사육 곰들

입력 2021-07-11 21:33 수정 2021-07-12 10:22
지면 아이콘 지면 2021-07-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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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곰 사육 사업에 대한 정부정책이 계속 바뀌면서 사육농장에 혼란을 초래해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용인시 처인구의 한 곰 사육농장에서 반달가슴곰들이 비좁은 녹슨 철장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2021.7.9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비좁고 녹슨 케이지에 갇혀 생활
10살 넘으면 웅담 채취·도축 가능
동물권 논란에도 불법 증식 일쑤
"개인자산… 예산없다" 정부 뒷짐


지난 6일 용인의 한 곰 사육농장에서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탈출했다. 한 마리는 탈출 2시간 뒤 농가 인근 야산에서 사살됐다. 한 마리 곰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지자체와 환경 당국은 사살에 대한 비판이 일자, 나머지 한 마리 곰은 발견 즉시 포획하기로 했다. 곰의 행방만큼이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곰 사육' 문제다.

곰이 탈출했던 용인의 농장을 지난 9일 찾았다. 비탈진 산 중턱에 자리한 농장에는 두 개의 큰 케이지가 있었다. 채 10살이 안 된 곰 7마리가 한데 있었고 오른편으로 이어진 또 다른 케이지는 10살 이상 된 곰들이 모여있었고, 보기에도 비좁았다.



케이지는 오랫동안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녹이 슬었다. 바닥은 잔뜩 흙이 쌓였고 날파리가 들끓었다. 곰 두 마리가 탈출했다는 부분엔 철사로 칭칭 감아 임시방편을 해놓았다.

특히 10살을 넘긴 곰들은 마치 하나의 '상품'처럼 다뤄지고 있었다. 국내 사육 곰은 10살이 넘으면 웅담 채취가 가능하다. 합법적인 상품화인 셈이다.

국내 사육 곰 논란은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에선 농가 소득 창출을 목적으로 '곰 사육'을 장려했다. 국내엔 이때부터 대량의 사육 곰이 길러졌는데 불과 4년 뒤 곰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면서 수출입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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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 가슴곰이 탈출한 용인의 한 농장. 2021.7.9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곰 사육 농가가 크게 반발하자 정부에선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해 웅담 채취를 허용했다. 현행법상 10년 이상 된 사육 곰에서만 웅담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도 대부분 사육 곰은 10살이 되면 도축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며 '동물권' 보호 목소리가 일었고 정부는 2014~2016년 사육 곰 '중성화 사업'을 추진했다.

사육 곰 전 개체를 매입하는 방법 대신 중성화를 통해 증식을 억제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웅담 채취, 곰 고기 등으로 사용되는 곰이 모두 폐사하면 자연스레 '곰 사육' 문제가 사라질 것을 염두에 둔 조치다.

그러나 불법 증식을 통한 곰 사육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법적 보호망도 없다시피 하다. 실제 지난 5년간 곰 사육 농장에서 불법 증식으로 적발된 곰은 총 35마리로 그중 7마리는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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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용인시 처인구의 한 곰 사육농장에서 반달가슴곰들이 녹슨 철장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2021.7.9 /조수현 수습기자 naturelee@kyeongin.com

동물 자유연대 관계자는 "국내에선 사육 곰이 10살이 되면 죽지 않을 정도로만 살려둔다"며 "곰을 생명이 아닌 상품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곰 사육 농장 역시 곰을 죽이면 재산적 가치가 없어지니까 정부가 보상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버티는 것"이라고 했다.

사육 곰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야 할 정부에서도 되레 안일한 입장만 내놨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육 곰은 개인의 자산"이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사육 곰을 모두 매입해서 정부가 관리하는 것인데 예산 등 문제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3월 기준 전국 21개 농가의 398마리 사육 곰 중 경기도엔 9개 농가 117마리가 있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이시은·신현정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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