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첨 후문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민영이 양부모의 살인죄 적용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근조 화환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 5월 양부모의 학대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민영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1일 오전 사망했다. 2021.7.13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
지난 5월8일, 두 살배기 입양아가 신체 곳곳에 학대 흔적을 안고 경기도 내 한 병원에 도착했다. 아이의 상태를 확인한 병원은 곧바로 인천 가천대 길병원으로 아이를 옮겼고, 뇌출혈 수술이 이어졌다. 아이는 뇌의 3분의2가 손상된 채로 약 두 달간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아이를 데려온 양부모는 경찰에 체포됐다.
이 아이의 이름은 '민영이'다. 많은 이들의 기도에도 불구 지난 11일 오전 5시께 민영이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양부의 학대로 병원에 온 지 66일 만이다.
민영이는 서울시 관악구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됐다. 이후 경기도 내 한 보육원에서 생활하다가 지난해 8월 양부모 가정으로 입양됐다. 양모는 보육원 봉사활동 중 민영이를 안쓰럽게 여겨 입양을 결정했다. 하지만 민영이는 입양된 지 8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 속에서 외롭게 짧은 생을 마감했다.
민영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애도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13일 오후 4시께 수원지검 앞에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이하 대아협)가 보낸 근조 화환이 길게 늘어섰다. 근조 화환에는 '민영아 미안해', '살인자 양부모 사형', '대한민국의 미래를 죽였다' 등 민영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이 담겼다.
이수진 대아협 주임은 "아이에게 관심을 두지 못해 미안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대아협은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민영이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재판부에 600여 통과 함께 2천여 명에 달하는 이들의 온라인 서명도 보냈다.
민영이의 죽음은 뒤늦게 알려졌는데, 대아협은 물론 시민들은 전날(12일)까지도 #민영아 일어나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민영이가 깨어나길 간절히 기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검찰 조사 결과 민영이의 양부는 민영이가 칭얼댄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4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아이가 날아갈 정도로 세게 뺨을 내리치고 50㎝ 길이의 구둣주걱 등으로 신체 곳곳을 때렸다. 양모는 이 같은 양부의 학대 정황을 알면서도 모른 체 했다. 이들은 1차 공판에서 검찰이 제기한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이시은·신현정기자·조수현수습기자 god@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