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면 민영이근조
13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첨 후문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민영이 양부모의 살인죄 적용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근조 화환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 5월 양부모의 학대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민영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1일 오전 사망했다. 2021.7.13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치료 골든타임 놓친 정황 입증불구
양부, 치사 vs 살해 법정 공방 치열

'정인이' 1심 공소장 변경 신청 선례
미필적 고의 입증땐 살해죄 적용도


양부에 폭행당해 뇌출혈로 쓰러진 지 66일 만에 세상을 떠난 민영이 사건이 결국 살인 고의성 입증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이 양부에 적용한 '아동학대 중상해'는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 향후 검찰이 아동학대 치사와 아동학대 살해죄 중 어느 죄목을 적용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검찰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고의성 여부를 다시 따져 살해죄 적용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애초에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터라 살해죄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동학대로 사망사건이 발생한 경우 대부분 아동학대 치사와 살해를 두고 공방이 치열하다. 아동학대 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반면, 아동학대 살해죄가 성립되면 사형이나 무기, 징역 7년형까지 처벌 수위가 더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살해죄가 성립하려면 고의성이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 6일 민영이 사건 첫 공판 당시 검찰은 양부의 살인 고의성에 대해선 입증하지 않았다. 대신 검찰은 경찰 수사와 달리, 아동이 쓰러진 후 7시간가량 병원에 가지 않은 양부모 정황을 두고 양부에게 '방임'을 추가 적용했다.

특히 의료진 자문을 통해 뇌출혈로 쓰러진 아이와 잠을 자는 아이의 상태가 일반인이 보기에도 확연히 다른 점 등을 밝히면서 얼굴에 생긴 멍자국 등 양부가 학대 사실을 들킬까 일부러 방치했다고 봤다.


아동학대 사망 민영이 발인1
14일 오전 화성시 매송면 함백산추모공원에서 양부의 학대로 숨을 거둔 민영이의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지난 5월 양부의 학대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민영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1일 오전 끝내 숨을 거뒀다. 2021.7.14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사실상 치료의 골든타임을 고의로 놓쳤다는 것을 검찰이 입증한 셈인데 모순되게도 미필적 고의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결국 아이가 사망하면서 아킬레스건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살해죄 적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정인이' 사건만 봐도 그렇다.

검찰은 1차 공판에서 아동학대치사로 기소된 양모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당시 검찰은 살인을 주위적 공소 사실로, 아동학대치사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뒀다. 살인에 대한 판단을 먼저 구하고, 입증되지 않으면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적용해달라는 의미다.

검찰은 정인이 부검 결과에서 밝혀진 외력의 형태와 양모의 심리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아동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단 점을 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양모는 전면 반박했지만 결국 1심 재판부는 양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지난 2013년 '울산 서현이 사건'과 이달 초 '계모 폭행 사망 사건' 등도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사건은 아동학대 가해자의 미필적 고의를 입증, 살인죄와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한 사례다. 아동학대 특성상 상습적 학대 정황을 명확히 밝혀내긴 어렵지만, '아동의 몸'이 주요 증거로 채택된 선례이다.

한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등 시민단체에선 민영이 양부의 공소장 변경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2의 정인이'라고 불리는 민영이 사건을 두고 온라인상에선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도 번지고 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