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산재사망 1주기 추모 기도회<YONHAP NO-3817>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현장 산재사망 1주기 추모 3대 종교(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대한불교조계종, 천주교서울대교구)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이천 물류센터 발주처 한익스프레스 참사로 지난해 4월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2021.4.29 /연합뉴스

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산업재해 참사의 발주처 책임자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전기철)는 16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한익스프레스 TF팀장 A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화재 사고로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다치신 모든 분들이 완쾌하기를 기원한다. 이 사건 화재와 같은 안전사고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도 유족들이 원한 엄중한 처벌과 거리가 먼 판단을 내놨다.

법원은 발주처에 원칙적으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월16일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건설공사발주자에게 일정한 산업재해 예방 의무가 있다고 정했지만, 이 사건의 경우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할 수 없어 한익스프레스에 별다른 안전조치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원심은 "화재가 발생한 지하 2층 냉동·냉장창고와 기계실 통로 폐쇄를 지시해 다수 인명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한 책임이 발주처에 있다"며 A씨에 대해 금고형의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400시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한익스프레스가 이 통로 폐쇄를 결정했다고 해도, 발주자 권한으로 설계를 변경한 것으로 보이고 지하 2층은 건축법상 피난층에 해당해 출구 설치기준만 충족하면 된다"며 "피고인 A가 폐쇄 시점이나 폐쇄 공사의 개별 작업에 대해 지시하거나 감독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1심에서 유일하게 징역 3년6월 실형을 선고받은 시공사 (주)건우 현장소장 B씨와 각각 금고 2년3월, 1년8월을 선고받은 안전관리자 C씨, 감리사 전인씨엠의 감리단장 D씨는 징역 3년, 금고 2년, 금고 1년6월로 감형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 등 유죄 판결한 피고인 4명에 대해 "경고 장치를 마련하고 간이피난유도선 등 임시 소방시설을 설치해 대피를 용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등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의무를 제대로 이행해 작업자들이 빨리 화재를 인식하고 대피하도록 했다면 사상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검찰의 항소는 이유 없다고 기각하며 피고인들의 사실 오인과 양형 부당은 받아들여 참작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가 매우 중대하고 이 사건 화재 현장과 같이 우레탄폼이 노출된 곳은 유독가스 위험도가 높다는 점이 여러 사고로 알려져 있는데도, 피고인들이 화재 예방과 피난 관련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면서도 "본질적으로 피고인들이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인 점, 화재 발생 자체에 대해 책임이 인정되지 않고 작업자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켜야 한다는 일련의 주의의무 위반만 인정된다"고 원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38명 사망자 모두와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각 피해자들로부터 별도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가 표시되지 않았다"며 "일정 부분을 지급하고 사망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한 부분에 대해선 회복 관련 양형 사유로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A씨 등 10명은 지난 4월29일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센터 신축 공사 현장에서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 방지에 필요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참사를 일으킨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기관은 당시 지하 2층 천장에서 냉매(유니트쿨러) 배관 산소 용접 작업 중 불티가 우레탄폼에 튀면서 불이 커졌다고 보고 기소했으나 법원은 화재로 인해 현장 훼손이 심해 명확한 화재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시공사 건우 법인은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유지됐고, 무죄 판결을 받은 기계설비 분야 감리 E씨 등 4명에 대한 검찰 항소도 기각됐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