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

[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5)] 3代째 이어온 술맛… 인천탁주 '소성주'

쓰고 시고 달고… 돌고 도는 삶처럼 시대의 맛 찾아가는 '인천 대표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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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11개 양조장 연합해 1974년 설립
신맛·단맛·쓴맛 잘 어우러져야 '제 맛'
소비자 취향따라 변화… '균형점' 고민
'플러스' 제품 고급화… 올 신제품 계획

"가까이 쉽게…" 확고한 '막걸리 철학'
한국막거리협회장 맡아 '세계화 노력'
오랜 전통 자랑, 공장 2층 역사관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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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손님들이 막걸리를 주문하면 가게 주인은 주저 없이 냉장고에 있는 '소성주'를 집어서 갖다 준다. 막걸리를 먹고 싶을 때 처음부터 소성주를 달라고 하는 손님도 드물지 않다. 오랫동안 시민들과 시간을 보낸 '인천 대표 막걸리 소성주'가 보여주는 인천의 모습이다.

인천은 오래전부터 술을 만드는 양조업이 활성화된 도시였다. 인천항이 개항한 1883년부터 1933년까지 50년간 인천의 모습을 담은 책 '인천부사'를 보면 인천의 공업을 언급할 때 정미업에 이어 양조업이 두 번째로 나온다.

소성주를 만드는 '인천탁주'는 인천 양조업의 명맥을 잇고 있다. 11명의 주주가 운영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회사로, 인천 지역 11개 탁주 양조장이 연합해 1974년 설립했다. 각 양조장의 역사까지 합하면 술을 빚은 지 50년을 훌쩍 넘겼다. 정규성 대표는 1996년부터 인천탁주 대표를 맡고 있다.

막걸리는 어떤 술일까. 막걸리를 부르는 이름은 여러 가지가 있다. 술이 맑지 않고 탁해서 탁주(濁酒), 농부들이 주로 마셨다고 해서 농주(農酒), 색이 희다고 해서 백주(白酒), 밥알이 동동 떠 있다고 해서 동동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들 이름은 막걸리가 가진 특징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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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는 주로 그 지역에서 소비된다. 전국 각지에 지역을 상징하는 막걸리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정규성 대표는 3대째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막걸리 장인'인 셈이다. 한국막걸리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막걸리를 만드는 것이 약주나 증류주를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맛의 조화를 이뤄내야 하고, 쌀과 효모의 상태 등 때문에 균일한 맛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수십 년 동안 막걸리를 만들어왔지만, 아직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탁주가 판매하는 막걸리는 '소성주'와 '소성주 플러스' 두 가지다. 막걸리 외의 술은 만들지 않고 있다. 소성주 플러스는 국내산 쌀로 만든 '프리미엄 막걸리'를 표방하고 있다.

소성주가 가진 매력은 '조화'에 있다고 정규성 대표는 강조한다. 신맛과 쓴맛, 단맛이 잘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절대적인 맛'을 추구하기보다는 '맞춤형'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는 "시대에 따라, 막걸리를 찾는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변화가 있다"며 "이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막걸리의 맛도 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에게 10년 전 소성주와 현재의 소성주의 맛에 차이가 있는지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했다.

단맛을 좋아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단맛이 세졌다고 했다. 그는 "고객 중에는 단맛이 너무 강하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맛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술도가/ 인천탁주 소성주
인천 부평구에 있는 인천탁주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소성주의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정규성 대표가 가진 막걸리에 대한 철학은 확고하다. 막걸리는 "가까이 있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술"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위스키, 포도주 등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술의 다수는 오랜 숙성 기간을 거친 술을 '더 좋은 술'로 평가한다. 당연히 그에 따라 가격도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도 약주나 안동소주와 같이 숙성 기간을 거친 술을 '고급술'로 친다.

반면 막걸리는 발효 기간이 짧고, 위스키처럼 오래 숙성을 시키면 먹을 수 없게 된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 맛이 깊어지는 술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막걸리가 가진 가치를 알리는 것은 중요하지만 '고급화 전략'으로 위스키 등 다른 술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정규성 대표의 생각이다.

막걸리가 가진 장점은 또 하나 있다. '막걸리 빚는 과정'이다.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막걸리를 빚는 과정은 단순하면서도 기포가 올라오면서 발효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주류와 차별점이 있다.

오크통에서 숙성 과정을 거치는 위스키와 달리 '체험'을 했을 때 장점이 많은 것이다. 인천 부평구 인천탁주 공장에서도 막걸리 만드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술도가/ 인천탁주 소성주
인천탁주 공장에서 직원이 공기와의 접촉을 늘리며 발효를 활성화하기 위해 쌀과 누룩 등을 젓고 있다.

정규성 대표는 "막걸리를 빚는 과정은 우리 고유의 것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체험했을 때 장점이 더 드러날 수 있다"면서 "최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며, 앞으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인천탁주 대표뿐 아니라 한국막걸리협회 회장으로서 막걸리와 관련한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인천탁주 공장 2층 한 공간에는 '막걸리 역사관'이 있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막걸리의 역사와 인천탁주가 걸어온 길을 볼 수 있도록 꾸며놨다. 인천탁주가 막걸리에 대해, 생산하고 있는 소성주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막걸리는 다양화·고급화되고 있다. 인천탁주도 '소성주 플러스'를 판매하는 등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인천탁주는 연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인천뿐 아니라 다른 지역 판매 및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인천탁주는 1992년 보관 기간을 늘린 멸균탁주 '농주'를 개발·생산했다. 프랑스, 일본 등에 수출이 이뤄지기도 했다. 국내 막걸리 중에서는 최초의 정식 수출이었다. 미국 LA와 시카고에서 열리는 국제식품쇼에 출품했고, 1994년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음료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래가지 못했다.

인천탁주는 올해 새로운 술을 만들어 세계 시장을 두드리려 하고 있다. 농주를 해외에 내놓은 지 약 30년 만의 재도전이다. 정규성 대표는 막걸리의 장점이 많은 데다,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막걸리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술도가/ 인천탁주 소성주111

■'막걸리 열정 25년' 정규성 인천탁주 대표

취임후 곧바로 '품질 투자' 70~80% 점유… "시민의 자부심 되길"

"취하기 위한 술 아냐, 안주 김치로 충분
이야기 하고 즐기면 밤새 마실 수 있어"
하루 6만~7만병 출하… 유통망 넓혀가


3대째 막걸리를 만들고 있는 정규성(사진) 인천탁주 대표. 그의 삶은 막걸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성주의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거의 매일 막걸리를 먹는다는 그에게 "막걸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대표적인 막걸리 안주로는 '파전'이 꼽힌다. 막걸리를 판매하는 술집이 대부분 파전을 판매하는 이유일 터다. 이와 비슷한 대답을 기대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달랐다.

정 대표는 "김치"라고 말했다. 그는 "김치가 막걸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이기도 하고, 막걸리가 취하기 위해 먹는 술이 아니기 때문에 김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막걸리는 '즐기기 위한 술'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막걸리는 먹다가 춤추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면서 즐기는 술이다. 그러다 보면 술이 깨고, 다시 막걸리와 함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밤새껏 먹을 수 있는 술이 막걸리"라고 했다.

그는 막걸리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인천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가 인천탁주 대표로 취임했던 1996년만 해도 인천에서 소비되는 막걸리 중 다른 지역에서 만든 막걸리가 70%를 차지했다고 한다. 농사를 짓는 분들도 막걸리보다는 맥주를 많이 찾았다고 했다. 막걸리의 위상이 낮았던 시기였다.

인천탁주는 정 대표 취임 이후 10년 가까이 주주 배당을 하지 않고 품질 개선에 투자했다. 올해로 대표를 맡은 지 25년이 넘었다.

정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은 끊임없이 더 좋은 막걸리를 만드는 데 힘썼다. 그 결과는 '인천 대표 막걸리 소성주'라는 위상이다. 인천에서 소비되는 막걸리 중 소성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70~80%를 차지한다. 하루에 6만~7만병 정도가 출하된다. 최근 들어서는 다른 지역으로도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인천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막걸리였으면 좋겠다"며 "인천시민들이 타 지역 지인들을 만났을 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인천 술'이 소성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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