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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여름에 연일 비가 그치지 않는 날씨였는데 기상청에서는 올해의 장마는 굵고 짧게 스쳐간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마음에 저절로 느끼는 감정상태를 기분(氣分)이라 표현하듯이 기후(氣候)는 자연의 순환상태를 표현한다. 자연의 기후를 체감하다 보면 자연이 추구하는 목적과 지향이 평(平)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평(平)은 절대 양적으로 똑같음이 아니며 우주원리에는 그럴 이치도 없다. 평(平)은 똑같음이 아니라 균형점이다. 사계절의 흐름은 그것을 보여준다. 기후의 흐름도 그것을 보여준다. 작년에는 장마가 길고 비가 오랜 기간 내렸는데 기상청에서는 올해 장마는 굵고 짧게 지나갔다고 한다. 같은 여름인데 작년과 올해의 양상이 판이한 것도 한편으로는 평(平)을 지향하는 과정적 현상으로 읽어볼 수 있다.

많고 적음의 문제는 공간상에서만 논의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상에서도 작년에 많았으면 올해로 덜어주는 개념이 적용되는데 이를 주역에서는 부다익과(부多益寡)라고 한다. 자연에서 음양균형의 파괴는 사망으로 직결된다. 인간세계도 마찬가지이다. 극심한 무더위 속에서 마스크까지 벗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재의 일상은 누구나 고통스럽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살림이 어려워진 일상은 더욱 고통스럽다. 아무리 소유의 시대, 자본의 시대라고 하지만 많고 적음의 균형을 조절하지 않고는 천하의 평(平)을 이룬다는 평천하는 불가능할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