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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문화재단 청년 크리에이터 2기로 활동하는 수환 오 등 청년들이 기획회의를 하고 있다. /의정부문화재단 제공

미군부대나 부대찌개 만이 아닌…
다양한 분야 발전하는 도시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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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사람 모두 Put your hands up! 의정부 사람 모두 손 흔들어!…(중략)…홍대 바라지도 않아 그저 우리 동네 사람들이 알고 먼저 좋아하기를 원해' -의정부 싸이퍼(CYPHER) 중 /수환 오 파트

'힙합의 AB부터 YZ까지 느끼려면 너 세 자만 기억해 U.J.B.' -'오늘부터 우리는!!' 중 / YABAIGOON&수환 오

의정부에서 나고 자라 의정부를 노래하는 청년이 있다. 가사를 통해 의정부 출신임을 당당히 드러내는 것은 물론 지역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노래만 하지 않는다.

의정부를 소재로 삼은 음악을 모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가 하면, 미군 부대 주둔 시절 '북쪽의 패션 1번지'였던 의정부 거리 멋쟁이들의 역사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의정부 힙합 크리에이터'라는 직함으로 활동하는 수환 오(27)의 이야기다.

수환 오는 12살 때부터 의정부 시내에서 '알미(ARMY)형'으로 불렸던 미군들과 어울리며 힙합 문화를 접했다고 한다. 래퍼로 성장한 그는 의정부 출신이라는 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의정부를 주제로 많은 가사를 썼다.

수환 오는 "힙합 문화엔 '나의 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성이 있다. 내가 사는 동네가 나를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나의 정체성을 나만의 개성으로 멋지게 표현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자란 곳을 들여다보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8명 참여 정체성 탐구
명소 소개·소식 전달 '기록자' 자처


그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정부는 힙합 음악을 하기 정말 좋은 동네"라면서 "주말 시내를 돌아다니는 미군들을 통해 미국 본토의 스웨그가 전파됐고, 거리에서 랩 배틀을 하는 일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힙합이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을 통해 의정부라는 도시에 있는 것이 미군 부대나 부대찌개만이 아님을 또래들에게 알리고 싶다"면서 "거리문화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앞서 있으며, 계속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도시라는 점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수환 오처럼, 의정부를 중심으로 개성 넘치는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의정부문화재단은 이런 청년들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재단은 지난 2020년부터 의정부에 거주하는 만 19~35세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 크리에이터를 모집해 지원하는 사업을 해왔는데, 지금까지 수환 오를 비롯한 8명의 청년이 참여했다.

청년 크리에이터들은 의정부를 대표하는 인물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주한미군의 역사를 통해 도시 정체성을 탐구해보기도 한다.

의정부에 존재하는 숨겨진 명소를 소개하고, 지역의 소식을 젊은 시각으로 해석해 전하는 역할도 자처한다. 청년들은 그렇게 의정부 지역 문화의 기록자이자 창작자로서 건강한 지역 문화 생태계를 조성하는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의정부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청년들이 있어 의정부의 문화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며 "개성 넘치는 청년들의 다양한 창작활동은 우리 시가 가진 보석 같은 자산"이라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