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술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조선화의 거장展-인천, 평화의 길을 열다'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전시연계 학술 행사로 북한 미술 연구에 매진해 온 남측 연구자를 초청해 현재까지 진행된 북한 미술에 대해 연구 성과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인일보는 지난달 30일 인천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조선화의 거장전 전시 연계 심포지엄 '한국 근현대 문화유산 복원과 조선화 담론'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신수경 충남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 홍성후 명지대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 홍지석 단국대 예술대학 초빙교수, 김창수 문학평론가(인하대 문화경영학과 초빙교수) 등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또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인천에서 창작활동을 펴고 있는 이종구 전 중앙대 예술대 교수와 허용철 강화민예총 지회장, 정평한 인천초은고 미술교사를 비롯해 김정수 대구대 성산교양대학 교수가 참여해 발제자의 연구에 대해 질의했다.

이날 행사는 이영재 경인일보 인천본사 사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이영재 사장은 "해방되던 해에 창간돼 창간 76년을 맞은 경인일보는 한국전쟁 이후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지역의 역사를 기록해왔는데, 앞으로는 새롭게 평화와 통일을 기록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북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해 첫 발걸음을 뗐고 올해 전시는 그 두 번째 발걸음"이라며 "많은 분들이 북한 미술 연구 노력을 이어왔는데, 이번 전시가 연구자에게 절실한 기회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또 연구자분들의 노력이 경인일보가 앞으로 통일을 위한 발걸음을 키워나가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신수경 충남대 연구교수
많은 작가들, 해방기 좌우 대립 혼란속
체재 선택 아닌 어쩔수 없이 북으로 가
 


신수경 교수는 '해방기 미술계와 북으로 간 미술가들'이라는 주제로 해방기 미술계의 복잡다단했던 상황과 해방기 미술단체, 북으로 간 미술가들의 사연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신 교수는 "많은 작가들이 이념이나 체재 선택보다는 해방기 여러 미술 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북으로 올라갔다"면서 "좌우익이 대립하는 혼란 속에서 대중과 소통하려 했던 해방기 미술가들처럼, 대립과 반목을 청산하고 미술을 통해 평화와 화해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홍성후 명지대 연구원
해방기 사이 크고 작은 공적 남겼지만
한국 미술사내 그들의 위치 초라하다


홍성후 연구원은 '조선화의 전통성과 현대성'을 주제로 1950~1960년대의 북한의 화풍과 예술계의 담론을 소개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유일한 예술 강령으로 삼았던 북한 사회에서 동양화는 유화나 조각 등 다른 예술에 비해 중요하게 인식되지 못했다.

김용준의 주장에 의해 동양화는 조선화로 개칭됐고, 전통 양식을 계승하면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이식하자는 견해와 서양화의 사실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현대적인 양식을 창조하자는 견해가 뒤섞이며 다양한 화풍이 등장했다.

그는 "김용준, 리석호, 정종여뿐 아니라 북으로 간 미술가들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기 사이에 크고 작은 공적을 남겼다는 사실에 비해 한국미술사 내 그들의 위치는 초라하다"며 "그들의 행적을 면밀히 추적해 한국미술사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복원시킬 필요성은 충분하며 이는 우리 한국미술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우리 미술의 뿌리를 되찾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화가아카이브2 조선화의 거장전 심포지움3
지난 7월 30일 인천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조선화의 거장展-인천, 평화의 길을 열다' 전시 연계 학술 행사인 '한국 근현대 문화유산 복원과 조선화 담론' 심포지엄의 현장. 2021.7.30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홍지석 단국대 초빙교수
1970년대 그들은 개별화·지역화 열망
'주체미술의 대전성기'로 명명되기도


홍지석 초빙교수는 '비반복적 제색과 예술적 필치'라는 주제로 1970년대 북한 조선화 담론의 쟁점과 전개 양상에 대해 소개했다. 1950~1960년대 북한 미술가들이 일반화, 세계화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던 반면, 1970년대 북한 미술가들은 개별화, 지역화에 몰두했다.

1970년대 북한 미술계는 '자기 것에 대한 자부심', '자기 것에서 모든 것을 찾으려는 자주의식', '자기 것을 우리 시대에 맞게 개조하고 발전시키려는 창조적인 태도'가 강조됐다. 이 시기 북한 미술은 '주체미술의 대전성기'로 명명되기도 했다.

 

#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
남북관계 중단땐 지자체 사업도 중단
지방 정부도 자율성 틈새를 확보해야


김창수 문학평론가는 '평화도시 비전과 탈분단 예술'을 주제로 평화도시 인천의 역할과 인천시의 남북 인문교류 사업, 조규봉, 장성민, 홍종원 등 북으로 간 인천의 미술가들, 극작가 진우촌, 소설가 엄홍섭, 문학평론가 김동석, 극작가 함세덕, 아동문학가 현덕 등 잊힌 인천의 예술인을 살폈다. 또 탈분단 평화예술도시 인천의 과제도 짚었다.

그는 "북미 관계가 중단되면 남북관계가 중단됐고, 남북이 중단되면 지방자치단체의 대북사업도 중단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지방 정부도 남북 관계의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틈새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인천은 인문교류 측면에서, 인천 출신 월북 예술가들을 지역 문화사의 관점에서 재평가해 그들의 작품과 삶을 복구해 보는 시도 등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 행사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경인일보 전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 것인가에 대한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 이종구 전 중앙대 교수
북한 문화예술 조명하는 사업 고무적
연배 비슷한 남북 작가들 교류 했으면


이종구 교수는 "이당 김은호의 제자인 황영준을 조명한 첫 전시에 이어 월북 미술가를 조명하는 두 번째 전시까지, 북의 문화 예술을 조명하는 경인일보의 사업들이 지역에서 진행된다는 것이 고무적이고 소중한 문화행사라는 점에서 이의가 없다"면서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비슷한 연배의 남과 북의 작가가 실제 교류하는 현실감 있는 행사로 진행하면 '평화'라는 의미가 더 현장감 있게 다가올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창수 문학평론가는 "이번 전시 작품을 살펴보면, 남북 교류의 거점으로서 접경지역 인천이 북과 공유하는 것이 '황해'라는 것"이라며 "앞으로 경인일보가 아카이브 전시를 진행하면서 '황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는 '황해전'을 구상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줄 것 같다"고 했다.

 

# 허용철 강화민예총 지회장
북 미술 대표적 인쇄물이라도 전시 바람
사회주의 리얼리즘 타국가 작품 감상도


허용철 지회장은 "북한 미술의 현재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인쇄물로라도 함께 전시하면 좋겠다는 점과 사회주의 리얼리즘 경향이 나타나는 다른 국가의 예술 작품도 감상하고 싶다"고 했다.

홍성후 연구원은 "회화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월북 예술가들도 조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선사진가동맹에 속한 인천 출신 월북 사진가도 있다"고 했다.

 

# 김정수 대구대 교수
북한 미술 연구자 성과 정기적으로 게재
인천시민 관심 이끌어내는 데 도움될 것


김정수 교수는 "경인일보가 북한 미술에 대한 연구 성과물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좋겠다"면서 "경인일보 지면에 북한 미술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를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것도 인천시민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