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숫자에는 어떤 마법이 걸려있을까?'

입력 2021-08-08 20:20
지면 아이콘 지면 2021-08-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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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문자가 없었다면 인류의 발전은 오늘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상의 소통으로부터 기록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숫자가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개인 전화는 숫자가 아닌 무엇으로 송수신이 가능하였을까?

숫자와 관련하여 민족마다 금기시되는 숫자가 있다. 이를 인정한다면 숫자에는 어떤 마법이 걸려있어야 맞다. 한국사회로 보면 엘리베이터가 유독 그러한 듯하다. 1, 2, 3, F, 5, 6…. 이렇게 층수가 표시된다. 그런데 도대체 F층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F를 Five라고 읽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Four에는 없는 것이 숫자 4에는 있다는 말인가? 엄밀히 말하자면 발음이 같은 한자어 死(사)를 꺼리는 것이지 숫자 4를 꺼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死는 죽음을 뜻하지만 4가 죽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숫자 4를 꺼리고 있다.

그런데 숫자에 대한 호불호는 국가와 민족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대개 7이라는 숫자는 행운의 수라고 생각을 하지만 7이 누구에게나 행운(Lucky)인 것은 아니다. 예로 중국인들에게 있어 7은 꺼리는 숫자이다. 중국어 七(7)은 ''로 발음된다. 이는 기(氣)의 ''발음과 같다. 성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중국어에서도 기본 음가가 같은 七과 氣를 근거로 숫자 7을 꺼린다고 한다. 이는 숫자 7이 기운이 빠진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韓 4·中 7·日 42·아프칸 39 금기숫자
호불호는 국가·민족마다 다르지만
믿음따른 초월적 존재로 인식 때문


이렇게 나라마다 민족마다 꺼리는 숫자가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숫자 39를 꺼린다. 유명한 유곽의 주소지가 39번지인 까닭이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의 국회의원 '물라 타라킬'은 숫자와 운명을 연관 짓지 말아야 한다며 39번을 기호로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숫자에는 아무런 마법이 걸려있지 않음을 몸소 증명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일본인들이 꺼리는 숫자는 42라고 하는데 일본어에서 죽음을 뜻하는 しに(死に:시니)의 발음이 숫자 42의 발음과 같기 때문이다. 일본의 자동차경주자인 '아사노 마사오'선수도 숫자와 운명이 무관함을 증명하려고 42번으로 출전하였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경기중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말 숫자에는 어떤 마법이 걸려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숫자에는 어떤 마법도 걸려있지 않다. 베트남에서는 '333' 맥주가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그런데 베트남인들에게 '3'은 불행의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333이라는 숫자는 불행에 불행을 더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베트남인들은 333 맥주를 즐긴다는 말인가? 한편 일본에서는 '9(苦)'를 불행의 숫자로 인식한다는 말인가?
 

어떤 초월적 믿음의 존재가 있다면 본디 초월적이라서 믿는 것이 아니다. 믿음으로 초월적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3'이라는 숫자는 완성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천지인(天地人) 3자(三才)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4는 역시 죽음을 떠올리면서 꺼리는 숫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7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완성된 죽음인가? 죽음의 완성인가?

세잎 토끼풀서 네잎 찾는 것과 같아
뜻한 바 이루려면 숫자 연연 말아야


그러니 13일이면 어떠하고 또 그것이 금요일이면 어떠하겠는가? 토끼풀의 잎이 세 개인 것이 일반적인데 네 잎을 찾아야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흔히 세 잎은 행복이고 네 잎은 행운이라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행복을 짓밟고 나서야 행운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3을 불행이라 여기면서도 333을 행운이라 여기는 베트남사람들과 같이, 아프가니스탄의 국회의원 '물라 타라킬'과 같이 숫자를 넘어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믿음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출발선은 다르지만 저마다 마음먹고 뜻한 바를 이루려고 한다면 까짓 숫자에 연연하여 행복을 잃고 행운을 찾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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