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인천항에 미칠 여파에 인천 항만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에 이은 인천항의 2대 교역국으로, 베트남과의 교역 차질은 인천항뿐 아니라 베트남과 교역하는 국내 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인천 항만업계 등에 따르면 베트남은 호찌민시를 포함해 인근 공단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이 늘었다. 베트남 정부는 호찌민시를 비롯한 베트남 지역에서 강력한 봉쇄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생필품이나 의약품을 구매하거나 운영 허가를 받은 사업장에 출근하는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시민들을 집에 머물도록 하고 있다. 대중교통 운행 중단, 야간 통행금지 등 사실상 지역 봉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지역 공장 다수가 봉쇄됐거나 노동자 부족으로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공단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항만을 통해 수입된 화물을 공장이 인수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 화물들이 컨테이너터미널 야드에 쌓이면서 터미널이 혼잡을 겪고 있다.
호찌민항 인근 공단 확진자수 급증에 야간통금 등 강력한 봉쇄조치
상반기 물동량의 11%나 차지… 최악땐 선박기항 등 금지 예의주시
호찌민항에 기항하는 컨테이너 선박들의 운항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호찌민항 일부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는 각 선사에 6일부터 OOG(Out Of Gauge·컨테이너보다 큰 규격의 화물) 등 일부 화물의 반입이 금지된다고 통보했다. 야드 혼잡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이에 국내 선사들은 반입 금지 화물을 선적 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번에 반입 금지된 화물은 인천항~베트남 교역의 2% 수준이다. 또 운영사 측은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선박의 기항을 금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선박 기항이 금지될 경우, 수출입 기업과 인천항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인천 항만업계는 입항 금지 조치까지는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적선사 한 관계자는 "베트남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소식을 현지 사무소를 통해 전달받고 있다"며 "아직 수출입 화물 운송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 물동량은 18만8천118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로 인천항 전체 물동량 169만4천838TEU의 11%를 차지했다. 호찌민항은 베트남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항만이며, 인천항과의 교역량도 가장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인천항만공사는 2019년부터 호찌민에서 베트남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아직은 교역에 지장을 받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향후 인천항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발생하면 이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