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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최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 신설해 개정안 입법예고 하는 등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 높아졌지만 실내동물원은 동물 관리가 미흡해 물건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4일 오후 경기도내 한 실내동물원의 모습. 2021.8.4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동물들이 먹이를 달라고 유리창 앞에 줄지어 있어요."

4일 경기도의 한 실내동물원을 찾았다. 관람객들은 저마다 '먹이'가 든 종이컵을 들고 동물원을 휘저었다. 당근과 청경채 한 뿌리만 있으면 이곳 동물들을 마음껏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독 눈에 띈 것은 미국 너구리였다. 우리 안의 미국 너구리는 예닐곱 걸음을 못 가 방향을 틀었다. 너구리는 주저앉은 채 끝도 없이 손뼉을 쳤다. 동물원 사육사는 "손뼉 치는 행위는 밥을 달라는 애교라고 보면 된다"며 "아침, 저녁으로 먹이를 주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밥을 준다는 걸 알아서 저런다"고 말했다.

동물들의 사육 환경도 문제였다. 고슴도치와 너구리, 햄스터는 야행성 동물로 분류된다. 그러나 동물들은 화사한 조명 아래 생활해야만 했다. 사육사는 그나마 햄스터가 몸을 숨기고 있던 움집까지 들춰내며 관람객들에게 햄스터를 만져보라며 권유했다. 프레리독 우리에는 파리가 웽웽 날렸고 배설물이 흩어져 있었다.

전국 110곳 중 민간 81.8% 달해


이날 찾은 또 다른 동물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특히 거북류는 사람 손길이 익숙한 듯 보였다. 한 아이는 "거북이가 손을 갖다 대고 꿈쩍도 안 한다"며 되레 신난 모습이었다. 거북이 우리는 높이를 낮춰 동물을 만져볼 수 있도록 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거북류는 대부분 살모넬라균을 보유하고 있어 접촉할 경우 인체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이처럼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실내 동물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19 시국을 틈타 '이동 동물원'까지 성행하고 있다. 각종 체험 활동을 통해 온전히 동물과 교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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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최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 신설해 개정안 입법예고 하는 등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 높아졌지만 실내동물원은 동물 관리가 미흡해 물건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4일 오후 경기도내 한 실내동물원의 모습. 2021.8.4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하지만 동물권 단체들은 자칫 '동물 학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말 전국 110개 동물원 중 민간 동물원은 90개(81.8%)에 달했다. 이 가운데 경기도의 민간 동물원은 21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야생동물 '행동 풍부화' 필요 지적
"스트레스 극심… 법 규정 마련을"


이형주 동물복지문제 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야생동물의 '행동 풍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야생동물 특성상 환경을 수시로 변화시켜 동물들의 정형 행동을 막고 스트레스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상적 동물원이라면 밥 주는 시간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며 "야생에서 보이는 올라가는 구조물을 제공하거나, 먹이도 그냥 먹는 게 아니라 어디서 찾아 먹거나 뽑아 먹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동물원에서 동물 정신 건강을 위해서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인데 실내동물원은 그렇지 않다"며 "동물 사육사가 전문성이 없고 인식 수준이 낮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도 "정형 행동을 보이고 먹이 구멍을 서성이는 듯한 행동 모두 동물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최근 발의된 동물원법 개정안이 통과돼 동물원에 대한 체계적인 법적 규정이 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