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과 유럽을 연결하는 유럽 항로 개설이 인천 신항 개장 6년이 지났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천항만공사가 인천 신항 개장 이전부터 10년 가까이 유럽 항로 개설을 위해 다양한 포트마케팅을 진행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최근에도 유럽 항로 개설을 위해 포워더, 화주를 만나는 등 노력을 진행한다고 밝혀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8일 "유럽 항로 개설을 위해 화주, 포워더 등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항은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 35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성장하고 있다. 2030년엔 500만TEU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항이 컨테이너 항만으로서 성장하고 있는 바탕엔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항로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중국 비중은 60%, 베트남은 10% 등이며 전체 물동량 중 90% 이상이 아시아 물동량이다.
아프리카와 미국을 연결하는 항로가 1개씩 운영되고 있지만, 물동량은 많지 않다. 올해도 4개 컨테이너 항로가 개설됐는데, 모두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을 기항하는 항로다.
10년 가까이 마케팅 성과 못내
물동량 中 등 아시아 비중 90%
인천항이 글로벌 항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미주·유럽 항로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게 항만업계의 공통된 이야기다. 인천 신항이 개항할 때 수심을 16m로 한 것도 미국과 유럽 등 원양 항로를 오가는 대형 선박의 접안을 위해서다.
인천 신항 개장과 함께 미국을 오가는 항로가 개설돼 1개 항로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인천항의 유럽 항로 개설은 인천항의 위상을 높일 뿐 아니라 수도권 지역 수출입 기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수도권 화주는 트럭으로 부산항까지 운송하는 비용 등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안전운임제로 인해 트럭 운송 비용이 상승했다. 또 육상 운송을 줄이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과 도로 파손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선사의 입장에서도 운송 물량이 확보된다면 인천항 기항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항만업계의 이야기다. 또 항로가 개설되면 장기적으로 화주들의 유럽 항로 이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항만 거듭 '다각화' 필요
업계 "화주·선사 모두 설득해야"
다만 지금은 물동량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화주들의 입장을 모아야 한다는 점에서 인천항만공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수 화주의 의견을 모아 선사에 전달하면서 항로 개설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아직 유럽 항로 개설과 관련해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며 "수도권 화주를 중심으로 유럽 항로 개설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당장 유럽 항로를 개설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산항에 다양한 노선이 있는 데다, 인천항에 실을 화물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사들이 굳이 인천항을 기항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럽 항로 개설을 위해서는 화주와 선사 모두를 설득하는 역할을 인천항만공사가 해야 한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