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매향리 찾은 유재석과 런닝맨… 웃음 이면엔 '첨예한 갈등'

입력 2021-08-14 12:42 수정 2021-08-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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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방영된 SBS <런닝맨> 이날 오프닝 장소는 화성시 매향리 생태공원이었다. /방송 화면 캡처.

지난 7월4일 방영된 SBS 인기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오프닝 장소는 화성시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이었습니다.

"화성에 이런 곳이 있어?"

"여기 완전 힐링 돼."

이날 방송은 가수 하하와 배우 전소민이 매향리 생태공원을 칭찬하는 멘트로 시작됐습니다. 뒤이어 방송인 유재석을 비롯한 출연자들은 "제작비 지원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라고 인사를 전했습니다. 대상은 프로그램에 PPL 광고를 준 화성시였을 테죠.



그렇다면 화성시는 어떤 이유로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에 매향리 생태공원이 노출되게끔 제작비를 지원하게 된 것일까요. 여기에는 화성시와 수원시가 겪고 있는 '군 공항 이전' 갈등이 숨어있습니다.
화성시 런닝맨에 제작비 지원… 군공항 반대 여론 확산
수원-화성 군 공항 이전 갈등 첨예… 여론전 확산
수원시도 올해 온오프라인 홍보 예산 2억9천500만원 편성
소모적인 여론전 우려… 민-민 갈등 확산 양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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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군공항에서 전투기가 수원시내 상공으로 이착륙하고 있다. 2021.7.13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이전하려는 자 VS 막으려는 자

수원시 권선구 장지동 일대에는 공군 전투비행장이 있습니다. 1954년부터 60년 넘는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죠. 군 공항이 국가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시설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 입장에선 고도제한 등으로 재산권 행사를 막고, 소음 피해 등을 일으킨 기피 시설이기도 합니다.

수원시는 지난 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군 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도시가 팽창하고 인구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주민 피해가 계속되었기 때문입니다. 수원시는 2014년 이전 건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했고, 이를 받아들인 국방부는 2017년 2월 화성시 화옹지구를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하게 됩니다. 이전하려는 수원시와 막으려는 화성시 간 갈등의 서막이 오른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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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보고로 불리는 화성습지(매향리갯벌). /경인일보DB

■평화·환경 VS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화성시는 군 공항 이전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화성시는 특히 예비이전후보지로 지정된 화옹지구의 역사적, 환경적 가치를 이전 반대의 명분으로 삼고 있습니다. 미군 폭격장 인근에 살며 50여 년 동안 소음 등 피해를 입은 매향리 주민들의 아픔을 보듬고,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만큼 환경적 가치를 인정받은 갯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죠.

군공항이전특별법상 이전후보지의 동의 없이 군 공항을 이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원시는 화성시와 주민들을 설득하고자 여러 당근책을 마련하고 있는 데요. 그중 하나가 단독 군 공항 대신 민·군을 통합한 국제공항을 짓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이처럼 양측 나름의 명분이 격돌하고 있는 만큼 '여론전'도 과열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이전' 혹은 '무산'이 결정되기 때문이죠.

본론으로 돌아와서 화성시가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에 제작비를 지원한 것도 여론전의 일환입니다. 실제로 화성시는 지난 4월 '수원군공항 화성 이전 반대 공감대 확산 위한 TV콘텐츠 제작지원 계획'이라는 문서를 작성했습니다. 기획의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쟁의 비극을 딛고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다시 태어난 매향리의 꿈과 매향리 주민이 겪은 50여 년간의 폭격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군 공항 이전 반대 공감대 형성'

화성시가 매향리를 <런닝맨>에 노출하는 대가로 지불한 금액은 1억8천150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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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8일 경기남부 통합국제공항 유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간담회에서 염태영 수원시장과 수원지역 국회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무영 수원시 제2부시장, 김영진 국회의원, 염태영 수원시장, 김진표 국회의원, 백혜련 국회의원, 김승원 국회의원./경인일보DB

■여론전 이대로 괜찮을까

수원시도 비슷한 방식으로 군공항 이전을 위한 홍보에 많은 돈을 쓰고 있습니다. 수원시가 올해 온·오프라인 홍보에 편성한 예산만 2억9천500만원입니다.

물론 홍보 예산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건 해당 지자체의 판단입니다. 사용처와 그 규모에 대한 비판 역시 세금을 낸 주민들이 하는 것이겠죠.

그러나 행정 경계를 맞댄 두 지자체가 지나치게 소모적인 여론전을 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앞서 국회에서 열린 군공항 관련 한 토론회에선 “양 도시가 서로 소모적으로 홍보라는 미명아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젠 수원과 화성 시민들 간 '민-민' 갈등 (7월 14일자 3면 보도=[경인 WIDE-수원 군공항 이전 수년째 공회전] 종전 부지 개발땐 집값하락 등 불명확한 루머로 '민민갈등') 양상마저 나타난다고 합니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지자체가 앞장서 갈등을 조장하고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유재석과 <런닝맨>은 매향리 생태공원에 웃음을 남기고 떠났지만, 두 지자체는 여전히 얼굴을 붉히며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군 공항을 사이에 둔 수원시와 화성시의 각축전.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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