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천 남동유수지와 인근 갯벌에서 서식하다 죽는 야생조류들(8월3일자 6면 보도=인천 남동유수지 '보툴리즘 폐사 의심' 조류 사체 발견)이 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까지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남동유수지를 모니터링하는 환경단체인 저어새네트워크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이날 남동유수지 일대에서 저어새 1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앞서 지난 8일에도 남동유수지 인근 고잔 갯벌에서 저어새 1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저어새네트워크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남동유수지 인근 갯벌에서 폐사한 조류는 저어새 2마리를 포함해 흰뺨검둥오리 등 168마리로 집계했다.
저어새 2마리 등 이달 160여 마리
폭염에 '보툴리눔'균 원인 추정
사체 수거 늦어지며 2차 피해도
저어새네트워크는 조류 폐사의 원인을 '보툴리즘(botulism)'으로 추정했다.
보툴리즘은 국내 조류 집단 폐사의 주요 원인이 되는 질병으로, 보툴리눔(botulinum)이란 세균이 내뿜는 독소에 중독되는 것을 뜻한다.
보툴리눔은 토양 속에 서식하며 여름철(7∼9월) 흙 속의 산소농도가 낮아지고 기온이 상승하면 증식해 독성물질을 내뿜는다. 이를 먹은 야생 조류는 신경계가 손상돼 날지 못하거나 서지 못하게 돼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폭염이 이어진 데다, 장기간 비도 내리지 않아 남동유수지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속에 보툴리눔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죽은 흰뺨검둥오리의 사체를 조사한 결과, 보툴리즘에 의해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툴리즘으로 죽은 조류 사체 수거가 늦어지면서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토양에 있는 유기물을 먹는 오리류 등에 피해가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오염된 폐사체나 구더기를 먹고 죽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저어새네트워크 관계자의 설명이다.
저어새네트워크 관계자는 "2008년과 2016년에도 사체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저어새를 비롯해 도요물떼새·흰뺨검둥오리·괭이갈매기·백로 등 남동유수지에 서식하는 대부분 조류가 보툴리즘에 의해 폐사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남동유수지를 관리하는 인천 남동구 관계자는 "보툴리즘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남동유수지 수위를 높여 사체를 수거해야 하는데, 최근 비 예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저유량을 늘리기 어려웠다"며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추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