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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쓰레기 배출량과 처리비용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쓰레기봉투의 가격은 길게는 26년째 오르지 못했다. 결국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 우리가 낸 세금이 고스란히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배출하는 양만큼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쓰레기종량제'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쓰레기봉투 가격 현실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2021.8.18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경기도 내 시·군들이 쓰레기봉투 가격 인상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청소예산 재정자립도가 낮아지고 있는 만큼 판매 금액을 올려야 하지만 주민 생활과 밀접한 요금인데다 무단 투기에 따른 처리 비용이 역으로 늘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광명시는 지난 4월 '광명시 폐기물 관리에 관한 조례 전부 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 폐기물 처리 비용의 지속적인 증가와 청소예산 재정자립도를 고려해 지난 2007년 이후 동결된 종량제 봉투 가격을 10% 올리고자 한 것이다.

청소예산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수익을 통해서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비율을 의미하는데 종량제 봉투 판매 금액이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은 최종 무산됐다.

광명시 관계자는 "6월에 열린 시의회 임시회에서 코로나19 등 경제 현실을 감안해 부결됐다"며 "코로나19 종식 이후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명시, 종량제 봉툿값 인상안 무산
주민 밀접 공공요금으로 저항 높아
광명시처럼 도내 시·군들은 쓰레기봉투의 판매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만 시민 부담 증가로 현실화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들과 가장 밀접한 공공요금인 만큼 비용 인상에 따른 저항이 높기 때문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주민이 모두 부담하는 방안으로 인상할 경우 201%를 인상해야 하기 때문에 시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급격한 인상은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으로 무단 투기가 늘 수 있다는 점도 가격 인상을 저해하는 데 한몫을 했다. 쓰레기 무단 투기와 같은 불법 배출 행위가 늘어나면 그 처리 비용은 고스란히 시·군 재원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쓰레기봉투 가격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폐기물관리법 제14조 5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은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때 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는데 이는 지자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이 있지만 얼마만큼 어떻게 인상을 해야 하는지는 담고 있지 않다.

최근 가격을 인상한 시·군들은 제각각 상향 기준을 마련했다. 오는 9월부터 종량제 봉투 가격을 인상하는 안성시의 경우 경기도의 평균 청소예산 재정자립도를 기준으로 판매 금액을 인상했다.

 

불법배출 증가땐 처리비용 시·군 몫
기준 제각각 가이드라인 필요 지적
2019년 조례를 개정해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간 가격을 매년 인상키로 한 김포시의 경우 지난 2017년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효율적 관리 방안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진행해 상향 기준을 결정했다.

의정부시는 매년 10% 올리는 방안으로 확정해 지난해부터 5년 동안 종량제 봉투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음식물류 폐기물 배출 및 수수료 등 종량제 시행지침과 달리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에는 주민부담률 인상 안이 제시돼 있지 않다"며 "결국 물가 상승과 지역 주민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여건에 따라 추진해야 하는데 주민 여론을 반영했을 때 현실화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역별로 처리 비용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일괄적인 금액이나 인상 폭을 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처리 비용 효율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소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처리 비용이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만큼 비용을 균등화하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도 "종량제 봉투 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주민들만 비용을 부담하라고 할 수는 없다. 지자체에서도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어떻게 하면 더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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