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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미군기지 캠프 마켓 B구역에 위치한 조병창 병원 추정 건물 모습. 이 건물은 일제가 대륙 침략을 위해 1939년 세운 무기 제조 공장 조병창의 병원으로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8.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24일 주최한 '지속가능한 캠프 마켓(부평미군기지) 역사문화적 가치 공감 토론회'는 현재 오염 정화작업이 진행 중인 캠프 마켓 B구역 내 근대건축물 존치·철거에 대한 토론이 주를 이뤘다.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 조병창(군수공장)의 병원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진 근대건축물을 보존한 채 정화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완전한 오염 정화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상반됐지만, 캠프 마켓의 역사적 가치를 살려야 한다는 데에선 공감대를 이뤘다. 토론회 좌장은 박상문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부위원장이 맡았다.

"강제동원 기억유산으로 규정…
피해자 증언 부정하는 것 일조"


이날 주제 발표한 황순우 건축사무소 바인 소장은 "조병창은 1941년 개창 이후 1만명이 넘는 사람이 전국에서 강제 동원된 현장으로 동아시아 근대사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발전소, 창고, 군사기지, 제철소 등을 회복시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소로 쓰는 사례가 많다"고 보존을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정윤희 문화인천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조병창을 일제 강제 동원 역사를 증명하는 기억유산으로 규정하며 "기억유산을 철거하는 것은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증언을 부정하는 데 일조하는 일임을 깊이 새기고 조병창을 존치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캠프 마켓 인근에서 37년 동안 거주한 소병순 인천지속협 도시문화분과위원은 토론자로 참여해 "캠프 마켓은 마을학교의 살아있는 교육장이 돼 청소년에게 정체성을 심어주고 역사를 바로 알아 새로운 발돋움을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캠프 마켓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해 세계인의 머릿속에 남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캠프 마켓의 안전한 반환과 개방을 위해선 조병창 병원 건물을 존치한 상태로 정화작업을 진행하긴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염 지역 한복판에 건물 위치
"존치 상태서 정화 어려워" 반론도

1~4기 시민참여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장정구 인천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은 "캠프 마켓 토양 오염의 법적인 책임은 국방부한테 있고, 한국환경공단이 정화사업을 진행하고 인천시는 의견을 낼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방부는 (조병창 병원) 건물을 존치했을 때 인천시가 오염 책임을 가져가겠다고 하면 가능하다고 했지만, 춘천 캠프 페이지 등의 사례처럼 추가 오염이 발견됐을 경우에 대한 인천시 책임이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장정구 단장은 "B구역 1780건물(조병창 병원 건물)은 오염 한복판에 있는데, (건물을 존치한 채 정화작업을 하기 위해) 벽돌 건물 하부를 판다는 것은 안전문제로 쉽지 않다"며 "건물을 함부로 부수지 않는다는 입장은 지금도 유효하지만, 존치 상태에서 정화하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줌(ZOOM)'을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 이날 토론회는 유튜브로도 생중계했다. 100명가량이 시청한 유튜브 생중계 댓글 창에는 조병창 병원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기도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