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동구 일대, 일제강점기부터 대규모 공업단지 조성
강경애 소설 '인간문제' 등장하는 공장 '동양방적 인천공장'
일본이 남긴 적산으로 미군정 접수, 이후 서정익이 인수
동일방직 인천공장이 있는 동구 일대는 일제강점기부터 조선기계제작소(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조선이연금속(현 현대제철) 등 대규모 공업지대가 조성됐다. 동일방직의 전신인 동양방적 인천공장 또한 1934년 현재 자리에 문을 열었다. 소설가 강경애가 1934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장편소설 '인간문제'에 등장하는 대동방적공장의 모델이 바로 동양방적 인천공장이다. 식민지 근대 리얼리즘 소설의 걸작이라 평가받는 '인간문제'는 일제강점기 방적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운동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한국 최초의 노동조합 여성 지부장 선출
사측 매수된 남성 노동자들 분뇨 끼얹는 사건
'여성 노동운동'의 상징으로 역사에 기록
일제강점기 말 군수공장으로 동원됐던 동양방적 인천공장은 해방 이후 일본이 남기고 간 적산(敵産)으로 미군정이 접수했고, 1955년 당시 동양방적공사 서정익(1910~1973) 이사장이 인수해 동일방직을 설립했다. 동일방직은 한때 노동자 수만 1천6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 이면에는 고온다습한 근무환경, 휴무시간 부재 등으로 인한 건강 악화 문제를 비롯한 여성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동일방직 인천공장이 1970년대 여성 노동운동의 산실이라 불리는 것은 이처럼 열악했던 노동 여건과 관련이 깊다. 동일방직에서는 1972년 한국 최초의 노동조합 여성 지부장이 선출됐다. 1978년 2월 동일방직 노조가 대의원 선출을 위한 투표를 감행하자, 사측에 매수된 남성 노동자들이 여성 조합원들에게 분뇨를 끼얹는 엽기적인 사건은 여성 노동운동의 상징이 됐다. 이른바 '똥물사건' 이후 단식 농성 등 투쟁을 벌인 노동자 126명이 해고됐고, 전국 노동계가 동일방직 사건 해결에 나섰다.

2017년말부터 운영 중단돼 대부분 비어있어
의무실, 한국전통·서양·일본식이 섞인 독특한 구조
관리동, 여성 노조 조합원 투표 이뤄진 역사적 장소
동일방직 인천공장은 2017년 12월부터 운영이 중단돼 현재 일부 물류창고 등으로 쓰일 뿐 대부분 비어있다. 동일방직 인천공장 면적은 7만5천817㎡다. 공장을 제외한 주요 건축물로는 1934년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의무실, 1960년대 지은 기숙사와 정자, 1960년대 건립한 10주년 기념관(강당·체육관), 관리동(옛 노동조합 사무실) 등이 있다.
일제강점기 근대건축물인 동일방직 의무실은 우리나라 전통양식, 서양식, 일본식이 섞인 독특한 구조의 목조 건물이다. 의무실 내부 가구와 기구들이 예전 것 그대로 지금까지 일부 남아있기도 하다. 여성 노동자들이 지냈던 기숙사와 10주년 기념관은 한국 1세대 현대건축가 김희춘(1915~1993)이 설계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리동은 여성 노조 조합원 투표가 이뤄진 역사적 장소다. '동일방직 사건' 때 여성 노동자들이 피신했던 인근 화수동의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는 현재 주택재개발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인천연구원, 동일방직 활용 가치 평가
수출주도형 산업 대표적 기업 사업화 이바지
활용하는 방안 찾아야한다고 제안
인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인천 산업유산의 문화적 활용: 동일방직을 중심으로' 정책연구 보고서를 통해 동일방직의 활용 가치를 평가했다. 우선 '역사성'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의 일제 중화학공업 기지화의 시대적 배경과 1960·1970년대 수출 주도형 산업의 대표적 기업으로서 산업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노동자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투쟁의 역사를 보유했다는 점, 근현대 건축사를 살필 수 있는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있다는 점이 꼽혔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넓은 부지에 다양한 규모의 건축물과 녹지가 조성돼 있어 쾌적한 문화 공간으로써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다.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던 중심지라는 점에서 '상징성'도 크다고 분석됐다.
인천연구원 연구진은 산업도시인 인천에서 산업 역사와 노동 역사를 보여주는 시설이 없기 때문에 대표적 산업유산인 동일방직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일방직 보전·활용을 위해선 시민사회 공론화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그 방안으로는 동일방직 시민자산화운동, 지방선거 공약화, 시민참여위원회 조직·운영 등이 제시됐다.

사유 재산… 부지 확보 방안도 다양하게 검토돼야
제도적으로는 인천시가 산업유산 보존·활용 관련 조례를 제정해 관련 사업을 추진할 근거를 마련하고, 근대 산업유산 실태조사와 보존·활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