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나면 서울로, 쓰레기는 나오면 인천으로.'
수도권 주민 2천500만명이 버리는 쓰레기는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1천600만㎡)로 모인다. 여의도 면적의 5배가 넘는 이곳에 쓰레기를 묻기 시작한 1992년부터 현재(2018년 기준)까지 1억4천900만t의 쓰레기가 수도권매립지에 직매립됐다.
선진국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이 거대한 쓰레기 무덤으로 인천 시민들은 30년 가까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환경 피해를 입어야 했다.
수도권매립지는 1매립장(409만㎡), 2매립장(378만㎡), 3매립장(307만㎡), 4매립장(389만㎡) 등 모두 4개의 매립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1·2매립장은 이미 쓰레기가 꽉 찼고 현재 3매립장 일부(3-1매립장)에 쓰레기를 묻고 있다.
1992년부터 2018년까지 총 1억4천900만t의 쓰레기 매립이 완료된 수도권매립지 1·2 매립장은 축구장 717개 면적에 달한다.
여기에 가장 많은 쓰레기를 내다 버린 자치단체는 인천이 아니라 바로 서울과 경기도다. 1992~2018년 서울시가 수도권매립지에 버린 쓰레기는 8천359만t으로 55.9%를 차지했고, 경기도는 4천160만t(27.9%)의 쓰레기를 묻었다. 인천시 쓰레기는 2천419만t으로 16.2%에 불과하다.
지금의 속도대로 쓰레기를 배출한다면 20~30년 후쯤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같은 대규모 매립지가 얼마나 더 필요할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수도권매립지' 세계 최대 규모
인천시민 수십년 환경피해 감내
폐기물 정책 '근본적 변화' 요구
인천시 친환경 '에코랜드' 추진
현재 매립지와 달리 피해 최소화
우리나라의 폐기물 정책은 발생지 처리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이는 처리 비용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폐기물을 어디에 버릴 것인가의 문제다.
인천시가 2025년 수도권매립지를 종료하고 인천만의 친환경 자체 매립지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30년 가까이 감내해온 인천 시민들의 피해를 이제 종식하고 폐기물 정책의 기본으로 돌아가 인천, 서울, 경기 각각의 쓰레기매립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쓰레기 매립 논란은 비단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인 2031년 우리나라 공공 매립시설 215곳 중 47%에 달하는 102곳이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된다.
강원도의 경우 폐기물 매립지 24곳 중 75%에 달하는 18곳이 2031년 포화 상태에 이른다. 부산과 울산도 1곳씩 매립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양쪽 모두 10년 뒤면 더 이상 쓰레기를 묻을 수 없게 될 전망이다.
결국 쓰레기 매립 문제는 수도권을 넘어 국내 폐기물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국가적 과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매립지를 떠안고 있는 인천시가 친환경 자체 매립지를 조성하고 이를 위한 소각장 신설, 자원 재활용 정책 등을 가장 앞장서 추진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스위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쓰레기 매립(직매립)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국가 중 각 가정과 사업장 등에서 배출한 쓰레기를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그대로 직매립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인천시는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실현하기 위해 영흥도 89만㎡ 부지(주민 체육센터 등 부대시설 포함)에 친환경 자체 매립지(인천에코랜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고 최근 부지 매입을 완료했다. 인천에코랜드는 쓰레기 직매립 방식이 아닌 쓰레기 소각재만 묻고 그 위에 돔까지 씌우는 친환경 공법으로 건설·운영된다.
수도권매립지 1천600만㎡ 중 쓰레기 매립 면적은 931만㎡. 반면 인천에코랜드는 15만㎡ 규모의 부지로 인천의 쓰레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쓰레기를 그대로 땅에 묻는 직매립 방식이 아닌 소각재와 불연성 폐기물만 묻기 때문에 부지 면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루 평균 폐기물 반입량도 수도권매립지의 경우 9천230t으로 20t 트럭 450대 분량이 넘지만, 인천에코랜드는 하루 161t만 소화해 20t 트럭 8대면 모두 처리할 수 있다. 수도권매립지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환경 피해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소각재만 묻는 매립지를 건설하기 위해선 소각장 신설이 필수적이다. 인천시는 지난해부터 인천 각 기초자치단체와 소각장 신증설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에코랜드' 소각장 신·증설 필수
혐오시설 인식에 설치 쉽지 않아
"일부 기초단체 반발에도 불가피"
인천시, 유럽·일본보다 엄격하게
훨씬 강화된 환경기준 적용 방침
하지만 대표적인 환경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소각장을 수도권 대도시에 신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천시의 소각장 신설 방안을 두고 관련 기초자치단체의 반발도 거세지만 친환경 매립지 조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인천시는 보고 있다.
인천시는 신규 건립할 소각장을 선진국보다 훨씬 강화된 환경 기준을 적용해 설계하고 엄격히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이옥신, 먼지, 황산화물 등 소각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이런 물질들의 배출 기준을 유럽이나 일본보다 엄격히 적용하고, 이를 위해 최신 공법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제 더 이상 묻어서는 안 됩니다.' 인천시가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정책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제작한 홍보 포스터의 제목이다. 계속 이대로 묻기만 한다면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자치단체의 '쓰레기 대란'은 머지않아 현실이 된다.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매립지 인천에코랜드가 이런 환경 재앙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김명호·김성호기자 boq79@kyeongi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