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 대선후보 경선과 지도자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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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이 올렸다는 사진이 화제다. 인스타그램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환하게 웃고 있다. 대통령 재임 시절과 비교해 젊어졌다는 촌평. 어찌 논쟁이 없으랴. 포토샵이다. 보톡스를 맞았다. 하지만 대통령 재임 시절 스트레스가 아버지의 노화를 촉진했으며, 퇴임 후 젊어졌다는 것이 아들의 주장이다. 다른 상황에 처해 있는 분도 있다. 스가 요시히데 수상이다. 1년 전 취임 때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러나 지금의 흐릿한 눈과 생기가 없는 표정은 다른 사람 같다고들 한다. 준비 없이 수상직에 올라 좋게 말하면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 퇴임 의사를 밝히자 주식시장이 오른다는 뉴스를 보면서 생각한다.

준비 없이 국가 지도자가 되면 어떤 결과가 되는지를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부족한 지도자는 본인은 물론 국민에게도 불행하다. 리더는 다양한 위기에 당면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리더의 생각과 목표를 국민에게 전달해야 한다. 국가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국민과 함께 어떤 목표를 향해 가야 할 것인지. 생각이 부족한 리더의 말로는 백성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리더의 고뇌와 결단 그리고 책임이 담기지 않은 철학은 메아리에 불과하다. 겹겹이 숨겨진 단계별 전략과 결기가 없다면 지도자의 메시지에 힘이 없게 마련이다. 


리더 철학 부족땐 관료에 휘둘린다
준비없이 수상에 오른 日 스가 같아
여야 경선 네거티브 반복 구태지속


지금 우리의 대권후보 중에도 스가 수상과 같은 분이 있는 것은 아닐까. 공무원들로부터 빌린 경험이나 생각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국민의 마음은 지도자의 책임 없는 언사에 흔들리지 않는다. 인간의 심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삶은 어제의 연장이고 내일은 오늘의 계속이기 때문이다. 정권은 5년, 공무원은 보직 기간이 잣대이지만 국민은 평생과 가족을 놓고 판단한다. 정부가 수십 번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도 실패한 것은 국민이 처한 경제 현실과 심리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징벌적 조세와 금융 규제로 해결하려는 기재부 등의 갑질 정책과 투기 세력에 의해 좌우된 부동산 시장에서 국민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하버마스는 '유럽의 헌법에 대하여'에서 민주주의의 본질이 어떻게 시장의 위기나 광기라는 압력에 의해 변모하는가를 논증했다. 그는 국민의 권력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EU 기관 등으로 옮겨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시장위기 대응을 빌미로 국가의 근본적인 정책을 뒤흔드는 프레임과 사고방식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 참가한 일부 투자자와 전문가들이 일방적으로 해결방안을 정하고, 이를 사후적으로 기관들이 추인하는 방식이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의 생각을 빌리자면 부동산 투기 세력과 그것에 휘둘린 일부 관료와 정치인의 결정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틀이 근본적으로 흔들렸다. 국회의 민주적인 절차적 통제와 주권재민에 의한 국민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름은 부동산 정책이었지만 시장 세력이 좌우하는 동향에 따라 경제관료들이 땜질하는 방식을 반복했다. 리더의 철학과 결단이 부족하면 관료들에게 권력이 휘둘린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국민의 생존권이나 정의를 우선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뼈아프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분노의 논거라서 더욱 그렇다.


남북 통일·격변 세계 논쟁조차 없다
코로나이후 국가·국민 삶 집중급해


대통령 경선의 이름으로 학예회와 네거티브가 반복되는 구태를 보면서 생각한다. 남북한의 통일과 격변하는 세계를 향한 논쟁조차 없는 여야의 경선과정을 어찌해야 하는가. 대통령을 꿈꾼다면 남은 6개월 만이라도 코로나 이후 닥칠 국민의 삶과 경제의 변화, 한반도의 미래와 격변하는 세계문제 등에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의 생각과 판단이 권력이기 때문이다.

권력의 성공은 리더의 결단을 실천하기 위해서 지혜로운 인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권력을 어떻게 쓰면 사람들이 움직이는지. 남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린다는 '촌탁(忖度)'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지. 국민에 대한 호소가 공익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일인지. 국민은 리더가 내면에 무엇을 갖고 행동하는지 감지한다. 그렇게 지도자의 품격을 판단한다. 리더의 신념과 철학이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좌우한다. 국민이 준비된 품격 있는 대통령 후보를 찾는 이유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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