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을 찾아오는 철새들의 먹이터와 휴식처인 고잔갯벌, 송도갯벌, 소래습지생태공원 등에 낚시꾼이 몰리면서 철새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14일 낮 12시30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한 다리 위에는 낚시를 즐기는 부부가 눈에 띄었다.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에 있는 이곳은 바닷물이 항상 드나들어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날은 평일이라서 낚시를 하는 사람이 적었지만 주말이면 낚시꾼들로 가득 찬다고 한다.
이 일대는 낚시금지구역이 아니다. 문제는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 이곳은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호)와 인천에 오는 철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다리 아래에 드러나는 갯골에서 저어새나 검은머리갈매기 등 멸종위기종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먹는다.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낚싯줄이나 낚싯바늘 등 낚시용품은 철새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흉기가 되고 있다. 물고기를 먹으면서 낚싯바늘이 위에 걸리거나 낚싯줄이 몸에 엉키면서 제대로 날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물고기 먹고 바늘 위에 걸리거나
몸에 엉키면서 제대로 날지 못해
낚시 금지 소래습지공원도 '위험'
어린 저어새 익사도… 단속 절실
특히 저어새들은 물속을 부리로 저으면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낚싯바늘이나 낚싯줄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게 환경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송도갯벌과 고잔갯벌 뿐 아니라 철새들이 휴식을 취하는 소래습지생태공원에도 주말이면 낚시꾼이 몰려와 철새들이 다치거나 죽임을 당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은 낚시가 금지돼 있으나 낚시꾼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낚시를 즐기고 있다고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소래습지생태공원 인근 갯골에서 어린 저어새 1마리가 버려진 낚싯줄과 바늘에 부리와 발이 걸려 움직이지 못하다가 물이 차오르는 데도 날아가지 못해 그대로 익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저어새 보호활동을 하는 단체인 '저어새와 친구들'의 오흥범 활동가는 "낚시를 금지하는 현수막 옆에서 버젓이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관계기관 등에서는 전혀 단속하지 않고 있다"며 "작은 낚싯줄이나 낚싯바늘도 철새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지역 환경단체에서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저어새가 폐사한 곳은 낚시 통제구역이지만 불법 낚시 행위가 계속되면서 낚시꾼들이 버린 통발과 낚시용품, 생활 쓰레기들로 하천은 물론 바다까지 오염되고 있다"며 "인천시는 야생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 낚시 행위와 쓰레기 투기를 단속해야 한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