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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고양시 덕양구 A유치원에서 학부모 D씨가 부원장 E씨에게 무릎을 꿇으며 공개 사과하고 있다. 부원장 E씨는 무릎을 꿇으려는 D씨 모습에 급히 다가가 말리고 있다. /D씨 제공

학부모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사립유치원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려 했던(9월 15일자 인터넷 보도="취원율 높이려?" 학부모 모르게 '사립→국공립' 유치원 전환한 경기도교육청) 고양시 덕양구 소재 A유치원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의 반발로 국공립 전환이 취소된 뒤 유치원 원장 B씨와 학부모들 사이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해 면담하다가 한 학부모가 무릎을 꿇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면담 장소에 있던 학부모들은 원장 B씨가 '학부모들이 반발해 매우 불쾌했다', '학부모들이 나를 원장으로 보는 것 같지 않아 실망스럽다' 등 사과를 종용하는 듯한 말을 두어 시간 반복해 무릎을 꿇는 일까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치원 측은 연출된 '쇼'라며 맞서고 있다.

고양시교육지원청과 A유치원 학부모 등에 따르면 A유치원은 국공립 전환 심사를 지난 6월부터 시작해 학부모 위원 5명(총 6명·공석 1명 제외)과 교원 위원 5명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 과반 동의를 얻어 지난달 매입형 국공립 유치원에 선정됐다.

하지만 국공립 전환 사업에 유치원이 선정됐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은 뒤늦게 알게 됐고 학부모 운영위원 2명도 국공립 전환에 따른 변화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동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학부모 반발이 끊이지 않자 A유치원의 국공립 전환은 지난 15일 결국 취소됐으나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원장 B씨가 국공립 전환 사업이 취소된 뒤 반대에 앞장서왔던 학부모들을 불러 면담하는 과정에서 한 학부모가 무릎을 꿇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학부모들 주장을 종합하면 원장 B씨는 지난 16일 학부모 운영위원 C씨 등 2명을 자신의 유치원으로 불러 자신과 부원장, 교사들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뒤늦게 유치원을 방문한 C씨의 남편 D(51)씨가 부원장 E씨에게 무릎을 꿇었다.

원장 B씨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B씨는 "사과를 요구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무릎을 꿇은 것은 계산된 행동이자 쇼맨십"이라며 "면담 자리는 갈등이 깊어졌던 것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며 풀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C씨가 A유치원이 교육지원청에 제출했던 운영위 회의록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원장 B씨는 개인정보 등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현행법상 회의록은 공개가 원칙이다.

한 학부모는 "운영위원 당사자가 회의록을 보고 싶어 하는데도 안 보여준 것을 보면 유치원 측이 무언가 숨기려는 의도 같다"고 했다.

이에 원장 B씨는 "회의록 공개가 원칙이기는 하나, 개인정보 또는 유치원에 예민한 정보가 같이 담겨 있어 공개할 수가 없다고 했던 것이지, 숨기려는 의도는 없다"라고 했다.

한편 이 일로 D씨 등 자녀 2명은 유치원을 나간 상태다.

/명종원·신현정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