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부평구청 보건소의 한 직원이 월 120시간이 넘는 초과 근무를 하는 등 격무에 시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역 현장에서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는 동료들은 예견된 인재라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익명을 원한 인천의 한 구청 보건소 직원 A씨는 이달 초과 근무 시간이 23일 기준으로 벌써 110시간이나 된다. A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1월부터 확진자를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등으로 이송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휴일 반납도 이제는 일상이 돼버렸다.
23일 기준 초과근무 110시간 훌쩍
"2년 가까이… 희망 보이지 않아"
A씨는 "하루에 3시간이 넘는 초과 근무는 기본이고 휴일까지 일해야 한다"며 "마음 놓고 쉬어 본 적이 언제인지 까마득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20년 넘게 인천 부평구청 보건소에서 일한 베테랑 간호사인 B씨도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 하루하루가 지옥과도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전선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2년 가까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까 앞으로는 좀 나아질 것이란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인천 내 보건소 의료인력의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39.5시간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무려 4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의료인력 월평균 초과근무 39.5시간
코로나 이전보다 4배 가량 늘어
장시간 고된 업무에 시달리는 보건소 직원들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인천의 다른 보건소에서 감염병 대응 업무를 맡고 있는 C씨는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폭언 등 인격적으로 모욕감을 느끼는 일도 잦다"며 "점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평구청 보건소 직원도 C씨와 같은 감염병 대응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다못한 계양구청 보건소 직원 정모(50)씨는 인천시청에 민원을 넣기까지 했다. 정씨는 "방역 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는 그동안 계속 제기됐다"며 "기어이 돌아가신 분(부평구청 보건소 직원)이 생기고 나서야 대책 마련을 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앞서 지난 17일 보건소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보건소 현장 근무여건을 다시 철저히 점검하고, 의견을 수렴해 종합대책(9월23일자 6면 보도=시장·구청장 '부평보건소 직원 사망' 사과·재발방지 약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