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민환기
■출연 : 노회찬
■개봉일 : 10월14일
■다큐멘터리 / 127분 / 12세 관람가
도드라져 보이는 고(故) 노회찬(1956~2018)의 빈자리가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가슴이 후련해지는 그의 촌철살인과 비평을 이제 더는 들을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가슴도 아린다. 무덤에서 살아 돌아온 예수처럼 지금의 어지러운 정치판을 정리해줬으면 하는 부질없는 '판타지'마저 떠오른다.
노회찬 서거 3년을 맞아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영화 '노회찬6411'을 본 솔직한 감상이다.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접한 영화는 노회찬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지금의 정치판과 세상이 문제라고 말한다.
제목 버스서 따와 '인간 노회찬' 그려
주변 인물 43명 200시간 넘게 인터뷰
그의 죽음에 대한 설명 피하지 않아
다큐멘터리 '노회찬6411'은 자신의 꿈과 현실,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한 진보 정치인, 인간 노회찬의 이야기를 그렸다. 제목의 6411은 노회찬 때문에 유명해진 버스노선 번호에서 따왔다.
그가 2012년 7월 진보정의당 당대표직을 수락하며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라고 한 연설은 지금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작품은 노회찬의 영웅담을 말하지 않는다. 차분하게 그를 기억하는 주변 인물의 인터뷰를 통해 노회찬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43명을 200시간을 넘게 인터뷰했다고 한다.
그의 부인 김지선씨와 고교 동창, 그를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 활동가 등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동안 알 수 없었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깨닫게 되고 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그는 '학출'임에도 다른 학출과 달랐고, 운동을 하려고 위장취업을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진짜 노동자가 되려 했다는 인천의 용접공 시절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영화는 그의 죽음에 대한 설명도 피하지 않는다. 그의 동료는 그의 죽음에 대해 말한다.
"아는 것과 하는 것, 겉과 속이 일치하는 드문 사람이다. 그런데 그게 이제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불일치가 생긴 거예요. 이건 제 생각입니다. 그 불일치를 목숨으로 바꿨죠. 아는 것과 하는 것. 겉과 속. 이런 게 그냥 너무나 자연스럽게 가는데 사람들한테 그 불일치가 드러난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 이런 걸 느낀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그게 뭐 별거냐'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그걸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