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지역농산물 구매' 손님 북적

납품 10분거리… '식탁 위 탄소발자국 줄이는 로컬푸드' 주목
입력 2021-10-06 21:47 수정 2021-10-07 09:33
지면 아이콘 지면 2021-10-07 21면

검단농협 로컬푸드직매장
지난 5일 오전 9시께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 문을 연 직후 모습. 지역 농업인들은 정성스레 포장한 농산물에 하나하나 품목 스티커를 붙이며 매대를 채우고 있고, 오픈 시간만을 기다렸던 손님들은 농산물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2021.10.5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식탁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9시께 인천 서구 마전동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매장이 문을 연 직후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역 농업인들은 정성스레 포장한 농산물에 하나하나 품목 스티커를 붙이며 매대를 채우고 있었고, 오픈 시간만을 기다리던 손님들은 농산물을 꼼꼼히 살펴보며 장바구니에 담았다.

각 매대엔 농산물을 납품하는 농업인의 사진과 전화번호, 구(區) 단위 생산지를 기록한 명찰이 붙어있어 신뢰감을 더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이곳을 찾는다는 김영순(61)씨는 "농업인들이 직접 매대에 진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하나를 사더라도 로컬푸드를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산 농산물은 월요일에 냉장고에 넣어서 주말에 꺼내도 싱싱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채소·과일류 등 국내·수입산 거리 비교하니… 무려 4200배나 차이도
김영순씨 "환경위해 이틀에 한번 꼴 방문… 일주일 지나도 싱싱해요"
소비자 "배달음식 대신 요리해 먹는다" 건강 관심 속 매장도 확산세


로컬푸드는 보통 반경 50㎞ 이내에서 생산한 지역 농산물을 일컫는다. 중간 유통 단계나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아 보관·운송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푸드 마일리지와 탄소발자국은 식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푸드 마일리지는 '식품이 이동한 거리(㎞)×운반한 식품의 무게(t)'로 구할 수 있는데, 여기에 이산화탄소(CO₂) 배출계수를 곱하면 탄소발자국이 된다. 거리가 멀수록, 운반하는 식품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유해 화학물질 배출량이 많다는 뜻이다.

'로컬푸드'는 대표적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활동이자 상품이다.

수입산과 로컬푸드의 탄소발자국 차이는 수천배에 달했다.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배·사과 등 과일은 서구 대곡동 인근 농가에서 납품한다. 매장과의 거리는 약 2.3㎞로 차로 7분 거리다. 시중에 파는 키위는 뉴질랜드산. 한국~뉴질랜드를 오가는 항공편 거리는 9천700㎞다. 같은 무게라고 한다면, 로컬푸드 과일과 수입산 과일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필요한 탄소의 양 차이는 4천200배에 달한다.

로컬푸드는 국내에서 생산한 채소류와 비교해도 탄소발자국 차이가 크다.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과 가장 가까운 농가는 서구 마전동으로, 약 3㎞ 떨어져 있다. 해당 농업인은 차로 10분 내외 걸리는 곳에서 채소를 수확해 납품하고 있다.

반면 검단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는 '강원도 고랭지 산' 배추는 '농협 강서공판장'이라는 중간 유통을 거쳐 마트에 납품된다. 거리를 전부 계산하니 233㎞ 정도 나왔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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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환경을 위해 로컬푸드를 찾는 이도 적지 않다.

서구 마전동에 사는 이명연(29)씨는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가슴 높이까지 차오르는 쓰레기를 보며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다. 또 최근 국내외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를 보며 탄소발자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배달음식을 최소화한다는 이씨는 환경에 도움이 되고자 '로컬푸드 직매장'을 이용한다.

그는 "로컬푸드는 생산지에서 저한테 오기까지의 거리가 짧아 환경 보전에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며 "신선도 역시 일반 마트보다 훨씬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소비가 크게 줄고 있지만 로컬푸드 직매장의 매출은 증가하는 추세다.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올 1~9월 매출은 14억4천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억2천200만원)보다 18%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고객 수도 15만여 명에서 17만여 명으로 늘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로컬푸드 매장은 늘어나고 있다. 농협이 인천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매장(로컬푸드 코너 포함)은 7개다. 검단농협은 지난달 아라신도시(원당동)에 로컬푸드 직매장 2호점을 개장하기도 했다. 서강화농협과 부평구 등은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환경과 자기의 건강을 연결하는 소비자도 많다"며 "그 지역에서 난 제철 음식물을 먹으면 건강에도 좋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로컬푸드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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