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제한구역을 국공유화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상철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공유화가 개발제한구역의 항구적인 유지를 위한 조건일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해 놓기만 하고 일절 손을 대지 않으면 안 된다. 숲이 우거져 있다고 해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 되는 건 아니다. 야영장이든, 체육시설이든, 산책로든 시설을 마련해 공익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먼저 국공유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도시 평면확산 방지와 녹지 확보 등을 목적으로 하는 개발제한구역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20년 정도 주기로 (개발제한구역) 조정을 검토하는 방안을 정부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개발제한구역을 개발제한구역답게 하기 위해 정부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최상철 교수는 개발제한구역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있는 '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협의회'(1998년)의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당시에도 토지주·환경단체 반발 극심"
"서울 인구 억제했지만 경기도는 늘려"
토지·환경평가를 진행해 보전 가치를 판단하고, 광역도시계획에 따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선계획-후개발'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전국 14개 지역 개발제한구역 가운데 제주, 춘천, 청주 등 7개 중소도시권의 개발제한구역 전면해제와 나머지 7개 대도시권 개발제한구역 부분해제의 밑거름이 됐다.
최상철 교수는 "당시에도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선 안 된다는 환경단체와 해제를 주장하는 토지주들의 반발이 극심했다"며 "예정된 공청회를 열지 못한 경우도 있었는데, 활동기간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최상철 교수는 애초 개발제한구역 지정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최초 개발제한구역 지정작업은 건설부 공무원 등이 3개월 정도 극비로 진행했는데, 현장 확인작업 없이 지도만 보고 개발제한구역을 그렸다"고 했다.
이어 "정밀한 지도도 없는 상황에서 개발제한구역 선이 그어져 (선이) 하나의 집을 관통하기도 했고 하나의 필지를 둘로 가르기도 했다"며 "연필 선 굵기에 따라 개발제한구역 포함 여부가 달라지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문제가 심각한 집들은 이축권(移築權·개발제한구역 내 다른 지역에 집을 새로 지을 수 있는 권한)을 줬는데 상당히 비싸게 거래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최상철 교수는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의 경우, 서울의 인구 증가세를 어느 정도 줄이는 역할은 했지만 경기도의 인구는 오히려 증가시키는 형국을 만들었다"며 "그럼에도 국민들을 위한 중요한 공간인 만큼, 개발제한구역 지정 목적을 살리면서 유지해 가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공공택지 개발 등을 위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부분에 대해선 "개발제한구역 토지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하니, 주택정책을 추진할 때 개발제한구역에 손대려는 유혹이 심할 수 있다"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매입과 충분한 보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의 '개발제한구역'은 정부가 개발을 위해 남겨둔 '개발유보구역'에 불과합니다."
인천녹색연합 공동대표인 변병설 인하대 교수는 현재의 개발제한구역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억제하고, 우수한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공공주택개발, 산업단지 조성 등의 이유로 개발제한구역이 야금야금 해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을 제한하는 지역이라기보다 마치 개발을 기다리는 지역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정부가 개발제한구역을 마치 개발을 위해 비축해놓은 땅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변병설 교수는 개발제한구역의 명칭을 '생태환경구역'으로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개발제한구역이 '개발유보구역'이 아닌 도심의 '녹지 공간'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 토대로 보존·농업·훼손구역 구분
생태계 유지되는 곳은 매입후 공원으로
인천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생태현황에 대한 자료는 2014년 만들어진 비오톱(도시생태현황) 지도가 가장 최근 것이다. 올해부터 비오톱 지도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는데, 제작 기간 등을 고려하면 5년 뒤에야 완성될 가능성이 높다.
변병설 교수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자연환경을 보존해야 하는 지역과 도시농업구역으로 유지해야 하는 곳, 이미 상당 부분 훼손된 구역 등을 구분해 개발제한구역 관리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 생태계가 유지되는 지역은 정부나 지자체가 토지를 매입해 생태 교육과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는 공원으로 조성하고, 농업구역에는 철저히 농사의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도로나 학교뿐 아니라 공원도 사회 인프라의 하나로 정의된다"며 "정부가 도심 주변 지역에 공원을 만드는 것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변병설 교수는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고자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그 지역에 대규모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천만 하더라도 이미 상당 부분 도시화가 진행된 만큼,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추가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낙후된 도심을 재생하는 방안을 찾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변병설 교수는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지역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산소탱크'이며,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처"라며 "개발제한구역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땅은 현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닌 만큼, 미래 세대의 수요도 고려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개발제한구역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 정책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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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취재팀
글 : 이현준, 김주엽 차장
사진 : 김용국 부장, 조재현 기자
편집 : 김동철, 장주석 차장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