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4일 인천 '영흥면 쓰레기 매립장 건설 반대 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원회) 회원들은 '결사반대'라는 글귀가 적힌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인천시청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인천시가 2025년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종료를 위해 소각재 매립장인 '인천에코랜드'와 소각장인 자원순환센터를 짓는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빚어진 주민 반발이었다. 인천시는 옹진군 영흥면 외리 248의 1번지 일대를 자체 쓰레기매립지 후보지로 지목했다.
투쟁위원회 관계자는 "관광지인 영흥도에 쓰레기매립장을 건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주민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인천시의 쓰레기매립장 건설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가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고 인천만의 친환경 자체 매립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매립지 후보지로 선정된 영흥도 주민들의 반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쓰레기매립지를 영흥에 짓는 계획을 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고 인천의 자체 매립지를 조성하는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인천에코랜드를 조성하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는 수두룩하다. 인천시는 인천에코랜드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3월 부지 선정을 마쳤고 4월에는 옹진군 영흥면 외리 248의 1 일원 약 89만486㎡(17필지)에 대한 부지 매입을 완료했다. 인천시는 이 땅에 폐기물처리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도시계획 결정에 필요한 각종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행정 절차 외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절차다. 영흥면 주민들은 인천시가 지난해 영흥면 외리 일원을 인천에코랜드 입지 후보지로 발표했을 때부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고 입지 선정 이후에도 반대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인천시는 인천에코랜드 입지 발표 당시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조성 과정과 지역 발전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주민협의체 구성은 이제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고 반대는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투쟁위원회 문경복 공동대표는 "최근 이렇다 할 이슈가 없었을 뿐, 주민들의 반대 의견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 공동대표는 "친환경 매립지라고 해서 매립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걸레를 아무리 깨끗하게 세탁한다고 해도 수건으로 부를 수 없는 이유와 같다"면서 "인천시는 영흥에 매립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5년 상반기까지 자체 매립지를 조성해야 하는 인천시는 다른 지역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친환경 매립지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남양주시의 매립지 조성 사례가 인천시에 주는 교훈은 크다.
입지 발표 당시 약속한 '협의체 구성' 논의 지지부진
남양주 소각잔재시설도 진통… 준공까지 10년 걸려
남양주 에코랜드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광전리 1번지(청학로 8번길 39)에 조성된 쓰레기 소각 잔재 매립장이다. 전체 27만㎡ 부지에 11만3천500㎡ 규모의 매립장을 갖추고 있다. 매립시설뿐 아니라 야외공연장, 산책로, 잔디구장, 수영장, 체육관, 야구장 등 주민 편의시설을 골고루 갖춘 주민 친화형 환경 재생시설이다.남양주 소각잔재시설도 진통… 준공까지 10년 걸려
남양주 에코랜드는 남양주시와 구리시가 심각해지는 쓰레기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 맺은 광역협약으로 조성됐다. 광역협약에서 구리시는 쓰레기 소각시설을, 남양주시는 소각 잔재 매립시설을 각각 건립하기로 했다.
남양주 에코랜드는 2000년 광역협약부터 2011년 준공까지 10여 년이 걸릴 정도로 크나큰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보지로 결정된 뒤 매립지 조성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과 사업을 시작하려는 공사업체, 남양주시 등이 법적 소송을 벌이는 등 건립 과정에서 진통이 빚어졌다.
2005년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주민 반대로 툭하면 공사가 중단돼 준공까지 6년여가 걸렸다.

재임 기간 중 남양주 에코랜드를 준공한 이석우 전 남양주시장은 인천에코랜드를 완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충분한 설명을 통해 실질적인 이해를 구하고 대화와 소통을 통해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석우 전 시장은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이 이해하지 못해서다. 매립지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가 크기 때문인데, 이를 줄여나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며 "남양주의 사례를 직접 눈으로 보게 하고 주민들 스스로 느끼고 생각할 시간을 줘 주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전 시장은 영흥도 주민들을 위한 보상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립지 주변 주민들이 희생하는 것은 그만큼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이익이 가는 것인데, 이 이익을 매립지 주변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 의견을 가진 주민들의 요구를 잘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실제 반대하는 것인지, 다른 것을 얻어내려고 하는 반대인지, 잘 구분해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이석우 前 시장 "이해 못해 반발… 수용성 높여줘야"
희생해야 한다면 보상·방식에 참여 '감시의 눈' 중요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자치단체장의 강력한 의지도 필요하다. 이 전 시장은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감금당했을 정도로 심한 저항에 부딪혔다. 사업을 진행하는 담당 공무원들도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희생해야 한다면 보상·방식에 참여 '감시의 눈' 중요
그는 "시장의 의지가 있어야 업무를 추진하는 공무원들이 따라온다. 단체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공무원 또한 믿고 사업을 추진하는 건 당연한 얘기"라고 했다.
남양주시 별내면 주민들의 이야기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끝까지 설득하고 이해시킨다면 결국 행정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이 남양주 주민들의 얘기다.
이영근 남양주시 소각 잔재 매립장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은 "남양주 별내면 주민들의 반대도 컸다. 물리적 충돌도 많았다. 하지만 다수 주민에게 꼭 필요하다는 시설이라고 하는데, 어떤 주민들이 무작정 반대만 하겠느냐"며 "끝까지 주민들을 설득하고 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해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영근 위원장은 주민들을 대표해 대화할 수 있는 협의체를 투명하게 구성하고, 다수 주민에게 이익이 갈 수 있도록 명분이 있는 요구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희생을 해야 한다면 그에 대한 우리의 보상은 뭔지, 또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매립지가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익적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주민들이 무작정 반대하기도, 또 행정을 이기기도 어렵다.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도록 주민들이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호·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