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환할 문화유산 일방적으로 철거한 주한 미군

주한 미군이 인천시가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려는 부평 '캠프 마켓' 기지 내 주요 시설을 일방적으로 철거했다. 시민들은 주한 미군이 먼저 시설 인수 요청을 해놓고 아무런 통보 없이 철거했다는 소식에 허탈해 하고 있다. 내부 시설이 철거된 곳은 '캠프 마켓' 제빵공장이다.

캠프 마켓 제빵공장은 1960년부터 61년 동안 주한 미군에게 지급되는 빵과 과자를 생산했다. 이곳에선 매일 30명의 노동자가 미군 주식인 17종의 빵과 과자를 만들어 전국 91개 미군기지에 배급했다. 빵 공장 직원들이 기지 이전이 결정되자 '주한 미군 교역처(AAFES) 캠프 마켓 베이커리' 기념비를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로 옮긴 것도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국방부, 주한 미군과 시설 인수 방안을 논의하는 중에 시설이 철거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황당한 것은 지난 3월 주한 미군이 먼저 제빵공장 인수 절차 협의를 인천시에 요청해 놓고 협의 중에 일방적으로 철거했다는 것이다. 처음 인수 요청을 받은 인천시는 주한 미군, 국방부와 합동조사를 벌였다. 시설을 넘겨받는 과정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지난 4월 인천시는 제빵공장을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방부를 통해 주한 미군에게 제출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9월 주한 미군이 느닷없이 제빵공장과 창고 내부 시설을 철거했다. 제빵공장 인수를 위해 주한 미군과 협의 단계를 밟던 인천시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빵 공장은 최근까지 운영됐지만 군사시설이라 일반인 출입 제한으로 인천시도 뒤늦게 철거 사실을 파악했다. 시가 국방부에 철거 경위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철거 경위를 확인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이미 내부 자재가 전부 폐기돼 기둥과 조명 등 일부만 남았고, 폐기된 자재도 복구하거나 수리할 수 없는 상태다.

아쉬운 것은 인천시가 추진했던 빵 공장 기록화 사업마저 무산된 점이다. 인천시는 인천시립박물관과 함께 제빵공장이 문을 닫기 전 시설 내·외부 공간 설비 현황, 제품 생산 과정, 공장 노동자 인터뷰 등을 담는 기록화 사업을 추진하자고 주한 미군 측에 요청했었으나 철거 직전까지도 답을 듣지 못해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인천시는 최대한 남은 건물을 활용해 이곳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주요 시설 철거로 역사공간 조성계획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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